토트넘 입단 후 첫 공식전 명단 포함, 등번호 18번 배정
부상 병동 토트넘, 3일 뒤 5부리그 팀 상대로 FA컵
입단 후 홀대 받았던 양민혁, 가치 드러낼 기회 잡을지 관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등번호를 배정받지 못하고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았던 양민혁이 마침내 자신의 번호를 받았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4-25 잉글랜드 카라바오컵(EFL)’ 4강 1차전에서 리버풀에 1-0으로 승리, 2차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007-08시즌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뒤 무관에 그치고 있는 토트넘은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은 이날 선발로 나와 후반 27분 티모 베르너로 교체될 때까지 72분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서 눈길을 모은 것은 바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양민혁이다.
양민혁은 2024시즌 K리그1에서 강원 FC 소속으로 12골 6도움을 올리며 준우승에 기여했고, 최근에 끝난 K리그 시상식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다.
진작에 가능성을 알아본 토트넘이 지난 7월 양민혁과 계약을 체결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양민혁은 당초 올해 1월 합류 예정이었지만 토트넘의 조기 요청으로 지난달 중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실은 차가왔다.
조기 합류 요청으로 일찌감치 영국 땅을 밟았지만 토트넘은 양민혁에게 등번호도 배정하지 않았고,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는 프로필 사진조차 없었다.
심지어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양민혁에 대해 “EPL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왔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며 당분간 기용할 뜻이 없을을 시사했다.
하지만 양민혁은 지난 1일 공식적으로 토트넘 소속이 된 뒤 처음으로 이날 리버풀전 대기 명단에 포함됐고, 베일에 가려졌던 등번호까지 공개됐다.
토트넘이 리버풀 상대로 교체 카드를 2장만 사용한 가운데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데뷔전이 곧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리그 8경기서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토트넘은 리버풀을 꺾고 침체된 분위기를 바꿨다.
다만 주축 선수 가운데 여전히 부상 선수가 많고, 이날 손흥민도 교체 과정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우려를 자아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인 토트넘은 3일 뒤 잉글랜드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3라운드(64강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은 이 경기서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할 전망이다.
탬워스는 잉글랜드 축구 리그 체계의 5번째에 위치한 내셔널리그에서 경쟁하는 팀이다. 전국 단위 리그 중 최하단인 내셔널리그는 프로선수와 세미프로 선수가 섞여 있다. 게다가 탬워스는 지난 시즌만 해도 6부 리그에 있던 팀이었기 때문에 토트넘으로서는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만약 토트넘이 후보 선수들이나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투입한다면 양민혁은 이날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양민혁이 수준 낮은 곳에서 왔다고 지적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K리그를 잉글랜드 5부리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