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일 매일매일 일어나는 곳이 북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지시한 주요 인사 체포가 '북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22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을 좋아했다. 시키는 것 다하고 싶었다"면서도 "그(체포) 명단을 보니 그거는 안되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예를 들어 위원장이 집에서 편안하게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TV를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 수갑을 채우고 벙커에 갖다 넣었다(고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며 "어디인가. 평양이다.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어디인가. 북한 보위부"라고 꼬집었다.
"계엄 전 尹이 전화 걸라고 해
'통신축선상 대기' 지시받아
계엄 직후 여인형에게 전화 걸어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직접 지시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우선 계엄 선포 이전인 3일 오후 8시께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전화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오후 8시 22분께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윤 대통령은 "한두 시간 후에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 통신축선상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구체적 지시사항을 무엇으로 유추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하게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국정원 청사에서 대기하던 홍 전 차장은 집무실 대기 중 TV를 통해 계엄 선포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를 확인한 직후엔 상황 파악을 위해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발효된 것보다도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당시 국정원이 비상 상황과 관련된 정보 보고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비상계엄이 발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 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우리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尹이 직접 전화 걸어와
'목적어' 없이 체포 지시하며
'방첩사 무조건 도우라'고 해
이후 여인형에게 전화 걸어
체포명단 전해 들어"
홍 전 차장은 여 사령관과 전화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도 통화를 가졌다고 했다. 계엄 선포 30분가량 뒤인 오후 10시 53분께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는 설명이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하는 걸 확인했냐고 물으셨다"며 "그 다음에 조금 강한 어투라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만, 하여튼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다만 "'목적어'가 없었다"며 "대통령께 '누구를 체포하라는 말씀이십니까'라고 여쭤보기도 뭐해서 잠깐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께서도 약간 말씀에 퍼즈(pause·멈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지금 주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향후 주시겠다는 건지 말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이번에는 일단 방첩사를 적극 지원하라'"며 "'방첩사에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알았다"고 답한 홍 전 차장은 "이어서 바로, 기억하기로는 오후 11시 6분에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여 사령관에게 "'V(대통령)께서 전화하셨다' '대통령께서 너희들을 도와주래'라고 이야기"하자, 여 사령관이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언급했다는 게 홍 전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이고 방첩사령관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면서도 "마지막엔 '그래서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뜻은 '네가 원하는대로 한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아'(였다.) 그랬더니 (여 사령관이) '저에게 직접 전화 주십시오'라고 했고,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