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약 판매 6시간 만에 1만부 이상 판매하며 저력 과시
韓 장점은 '외연 확장성'…'원내 확장성' 부족은 '복병'
지난해 치러진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돌풍'은 엄청났다. 62.8%의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에 선출된 한 전 대표의 '꽃길'은 그렇게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던 한 전 대표에게 12·3 비상계엄 사태가 닥쳤다. 졸지에 '위기의 시절' 대표를 떠맡게 된 한 전 대표는 당 수습 과정에서 압박을 견디다 못해 끝내 사퇴했다. 그런 한 전 대표가 또다시 움직이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 속 당의 유일한 대안을 자처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저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오는 26일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출간을 앞두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약 6시간 만에 1만 부 이상 판매되며 각 서점 실시간 베스트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저서에는 계엄 당일 비화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공식 담화문을 통해 밝혔던 '경고성 계엄' 주장에 대해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운 오후 10시 넘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논란과 관련해선 "여의도로 가던 중 여권 인사로부터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 안 되게 휴대폰도 꺼놓아라. 가족도 피신시키는 게 좋겠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여당 대표를 체포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고, 윤 대통령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만약 정치인 체포를 하려 했다면 방첩사령부를 동원했을 텐데 이번 계엄에서 방첩사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한 상황도 책에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책을 통해 비상계엄은 위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포고령 제1호는 제일 앞머리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정지시켰다. 포고령 문구 자체로 명백한 위헌이다" "계엄군을 보내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도록 국회를 봉쇄한다는 것은 그 계엄의 위헌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진입하던 당시 경내로 들어갔던 상황, 체포에 대비해 비상계엄 반대 인터뷰를 미리 녹음한 사실 등도 책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오는 26일 책을 출간한 이후 북콘서트를 통해 전국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 전 대표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며 여론을 선점하고 있다. 아울러 타 후보들과의 메시지 차별화로 중도층 민심에 노크하고 있다.
실제 한 전 대표의 강점은 바로 '외연 확장성'과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다. 책 내용에 담겼듯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해체 표결을 주도한 점을 내세우며 중도층의 표심을 다시 한번 붙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는 20일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보수가 다 결집해 주더라도 우리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나. 중도가 와야 한다"고 한 전 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 전 대표의 강점은 바로 '팬덤몰이'를 할 정도의 '스타성'이다. 한 전 대표의 등판 전까지 보수 정당에서는 '팬덤'을 가진 인물이 없었을 만큼 파급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팬덤은 이번 한 전 대표의 책 출간에서도 저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예약 판매 첫날 1만 부 이상 판매된 것은 팬덤의 영향력이 지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반대의 평가도 존재한다. 한 전 대표의 '중도 확장성'이 당내 경선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계엄에 대해 현 당 주류와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배신자' 프레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당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에서 이 프레임의 영향력은 더 거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한 전 대표의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지지율은 지지부진하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8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 555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범여권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김문수 장관이라는 응답이 37.0%로 가장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5%의 지지를 받으며 두 번째에 위치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1.0%의 지지율로 뒤를 이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9.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울러 '원내 확장성'의 부족도 대권가도의 관건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친윤계 의원들과 불편한 동거를 해왔던 만큼 이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 보일 경우 자칫 '갈등의 아이콘'이라는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즉각 '위헌·위법'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좀 성급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보수가 이렇게 몰락한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정치 복귀 자체를 공개 반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이번 등판을 준비하면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라며 "어떻게 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지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본인과 다른 친윤계 의원들조차도 품고 갈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