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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도연, 32년 이영애…‘연극 배우 시계’ 다시 돌린 이유


입력 2025.03.06 07:32 수정 2025.03.06 07: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배우 전도연은 27년 만에, 이영애는 32년 만에 연극 배우 시계를 다시 돌린다. 최근 들어 유명 배우들의 무대 복귀가 잇따르는 가운데, 두 배우의 복귀가 유독 주목을 받는 건 단순히 화제성에 기댄 캐스팅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영애가 선택한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직접 제작해 선보이는 연극이다. 헨리크 입센 원작으로,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 햄릿’으로 일컬어질 만큼 근대 연극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영애는 드라마 ‘대장금’, 영화 ‘친절한 금자씨’ ‘봄날은 간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연극 무대로는 1993년 ‘짜장면’ 이후 32년 만으로, 겉으론 우아하지만 내면엔 불안과 욕망 그리고 파괴적인 본성을 감춘 복잡한 인물을 연기한다. 기존 명성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서면서 대중의 기대도 높다.


이영애에 앞서 ‘벚꽃동산’으로 복귀한 전도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으로,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몰락하는 귀족 가문과 그들의 삶의 터전인 벚꽃동산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이먼 스톤 연출은 한국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에서 ‘벚꽃동산’의 주제와 맞닿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 작품을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전도연은 재벌 3세 송도영 역을 맡아 과거의 상처와 현실의 고통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연극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서 큰 호평을 얻었다. 사이먼 스톤은 전도연을 “한국의 매릴 스트립”이라고 칭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전도연의 출연으로 작품은 4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영애와 전도연의 연극 무대 복귀는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배우 모두 뛰어난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것은 물론, 작품성 높은 연극을 선택하여 진정성 있는 도전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특히 ‘헤다 가블러’와 ‘벚꽃동산’은 사회적 변화와 압력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오랜 시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영애와 전도연이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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