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나경원·윤상현 "민주당 해산해야"
野 일각 "줄탄핵은 내란죄 구성요건 해당"
위헌정당해산 실제 제소 가능성은 낮지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 대한 대응은 필요"
국민의힘이 '위헌정당해산 심판' 카드를 꺼내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조건으로 내각총탄핵을 부르짖는 민주당의 행태가 위헌이라는 판단에서다. 당 안팎에선 위헌정당해산 심판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현재 민주당의 행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기엔 좋은 카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헌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강탈하기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짓을 획책하는 무리들이야말로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문란 범죄 집단"이라며 "이쯤 되면 민주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붕괴시키는 위헌정당이므로 해산돼야 마땅하다"고 제안했다.
5선 중진인 김 의원이 이 같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건 민주당에서 더 파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28일 민주당 초선 의원 70명은 긴급 성명을 내고,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을 경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대행을 향해 "엄중 경고한다. 마 후보자를 4월 1일까지 임명하라"며 "4월 1일까지 헌법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초선 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주장에 검사 출신이자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무총리·국무위원·국무회의 등 국가기관의 정상적 권능 행사를 장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모의·결의한 만큼,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향후에도 정부 및 헌법기관을 강제로 무력화하려는 불법적 정치 행위에 대해 국민의힘은 단호하고 엄정한 법적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줄탄핵이 현실화될 것이란 움직임에 야권 안팎에서도 '위헌'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기도 한 김필성 변호사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지금 줄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무회의 무력화를 탄핵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헌법기관인데 위력으로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는 건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실효성도 없고 내란죄 시비를 만들 수 있는 짓을 강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적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변호사의 글은 같은 날 비공개 처리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위헌정당해산 심판' 카드를 꺼내들며 민주당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줄탄핵까지 언급하며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재판의 판사를 자기 사람으로 임명해 탄핵심판 결과를 조작하겠다는 것인 만큼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제소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입법 독재와 국정 마비 테러는 이미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44명도 같은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전원 명의의 성명에서 "민주당이 연쇄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지금, 한 대행은 국무회의가 마비되고 행정부 기능이 정지되기 전에 '내란 정당' 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위헌정당심판 해산' 제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헌법 제8조 4항에 명시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는 문구에 따라, 이를 제소할 수 있는 한 대행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민주당을 향해 "줄탄핵을 행동에 옮기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이 '줄탄핵'에 나설 경우 역할이 마비된 행정부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전무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진짜 민주당이 줄탄핵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게, 행정부가 마비되면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도 불가능하고, 조기대선도 불가능하며 새 헌법재판관 임명도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야권이 한 대행과 국무위원들을 줄탄핵할 것에 대비해,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무위원 '구성원 과반수' 출석이 요건인 개의 규정을 '구성원 2인 이상'으로 고쳐서라도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돼 마비되는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결국 이건 전부 다 마은혁 후보자 한 명을 임명시키려는 것이고 나아가 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이재명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의도만 남은 행동"이라며 "지금이야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이 사태가 끝나고 나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체제를 어떻게 다시 복구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