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성장률] 위기 수준 한국 경제 '제동'…내수와 수출 모두 '수렁'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5.29 17:03  수정 2025.05.29 17:11

2월 2.3%에서 3개월 만 0.8%로 ↓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수준

관세·건설 등 변수 남아있어 '긴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우리나라 경제가 0%대의 저성장 굴레에 갇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요 동력인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가운데 전세계적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진한 수출과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1.8%에서 1.6%로 각각 0.7%포인트(p), 0.2%p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은 2.3%로 전망됐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빠르게 하향 조정되며 0%대로 내려앉았다.


3개월 만에 전망치가 0.7%p나 떨어질 정도로 성장세가 부진하자, 한은은 이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p 낮췄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 미만으로 내려 앉은 건 글로벌 경제위기였던 2009년(0.8%), 코로나 시기인 지난 2020년(-0.7%)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이같은 전망치를 내놓은 이유는 성장 하방 요인이 나라 안팎으로 우리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의 회복이 지연되고, 수출 역시 둔화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지난 1분기 역성장에 이어 이번 2분기 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보다 0.3%p 낮은 0.5%로 전망했다.


특히 건설업계의 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투자 부문만 따로 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1%로, 지난 2월 전망치보다 3.3%p나 떨어졌다. 착공 위축의 여파가 누적됐고 분양실적도 급감한 탓이다.


세계경제 역시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지수도 반락했다.


향후 내수 전망도 밝지 않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내수 개선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내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전망인데, 하반기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개선 정도를 상쇄하기 떄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분기부터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건설경기가 하반기를 저점으로 해서 올라가고 민간 소비도 1분기 이후 개선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순수출의 기여도가 -0.3%로 더 나빠질 것"이라며 "내수 기여도는 1.9%로 보고 순수출을 빼서 내년엔 1.6%정도 성장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망은 불확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오늘만 해도 미국 법원 판결이 나오면 우리가 발표한 전망치 시나리오에서 조정해야 한다"며 "어떻게 될지 계속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분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률을 이례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경기가 굳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조절했지만, 글로벌 변수가 남아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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