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 적자 우려로 장기채 금리 급등해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
올해 9월과 연말께 두 차례 美금리인하 가능성 높아
감세안 부족분 채우지 못하면 국채 발행 증가 이어질 수 있어
국채시장 안정 위해 도입할 은행권 규제 완화에도 주목해야
관세 불확실성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 4월에도 주식 비중을 늘렸던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을 많이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가 태세를 전환해 미국 장기채권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미국 주식 13억1084만 달러(약 1조 8067억원)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이어져 온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흐름이 7개월 만에 매도 우위로 바뀐 것이다. 특히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뤄진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서학개미들이 사들였던 기술주가 단기 급등한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 우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테슬라였고, 엔비디아와 팔란티어가 각각 4위, 5위에 올랐다. 매도 순위 2위, 3위 종목에는 기술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름을 올렸다.
대신 서학개미들은 미국 장기채 ETF를 사들였다. 지난달 순매수 2위, 4위 종목이 모두 관련 상품이었다. 구체적으론 20년 이상 만기 미 국채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TMF(DIREXION DAILY 20 YEAR PLUS DRX DLY 20+ YR TREAS BULL 3X SPLR ETF)를 1억7504만 달러(약 2415억원)어치 순매수했고, 미 국채 20년물 이상에 투자하는 TLT(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를 1억3410만 달러(약 1850억원)어치 사들였다.
미국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터라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려간다.
무엇보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정책에 따라 연준이 관망 중"이라면서도 "경제 상황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선 오는 9월과 연말께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감세안이 몰고 올 후폭풍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세정책으로 재정 수입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감세안으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세라는 큰 복병이 있다"며 "정부 세입이 특별히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감세로 인한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한다.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이자비용도 늘어나 총 재정적자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할 은행권 규제 완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을 완화할 경우 은행권이 채권 비중을 확대하며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만 수석연구위원은 "SLR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권의 국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장기물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기준금리 인하 재개와 맞물려 단기물 중심의 채권금리 안정은 점차 장기물로 파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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