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로 경제 재충전”…신정부, 배터리 공약 전면에
초격차 기술·세액공제·삼각벨트 등 배터리 산업 육성 청사진 제시
美 세액공제 흔들, 中은 가격·기술 동시 공세…K-배터리 전방위 위기
업계 “한국판 IRA·직접 환급형 세제 등 제도적 대응 시급”
“K-배터리(이차전지)로 대한민국 경제를 재충전하겠습니다.”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대선 당시 내걸었던 경제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배터리 산업을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K-배터리’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 삼중고에 처한 배터리 업계는 그의 산업 드라이브에 주목하고 있다.
R&D·세제·인프라…새 정부 정책 기대감 커져
이 대통령은 배터리를 단순한 부품산업이 아닌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이자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핵심축으로 선언했다.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밝힌 이 대통령의 배터리 공약은 그간 배터리 업계가 요구해온 정책 방향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국가 R&D 투자 확대 ▲국내생산 촉진을 위한 생산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 ▲충청·영남·호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의 분산형 전력망 구축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 등이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 공약도 병행된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배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망산업이자, K-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장비”라며 “초격차 배터리 기술로 우리 경제를 재충전하고, 대한민국 잘사니즘의 토대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K-배터리, 고성장 끝 위기 국면 진입
이같이 이 대통령이 K-배터리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은 글로벌 격변 속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구조적 전환 없이는 경쟁력 유지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K-배터리는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주체였다. 그러나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K-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2020년 35%에서 2023년 23%로 12%p 감소하는 등 열세에 있다. 반면 중국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섰다.
이는 중국이 정부의 정책과 재정지원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결과다. 특히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췄고, 최근에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소듐이온 배터리까지 양산에 돌입해 글로벌 배터리 가격 구조 자체를 재편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3사는 고에너지 밀도 삼원계(NCM) 기술에 집중해온 반면, LFP 및 소듐이온 분야에서는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술 방향 전환이 시급하지만, 이미 글로벌 OEM의 선택지는 바뀌었고 가격 경쟁에서는 밀리는 형국이다.
정책 환경도 불확실성 요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배터리 생산세액공제(AMPC)는 K-배터리 기업들의 수익 구조에 핵심이지만, 공화당 중심으로 세액공제 종료 논의가 본격화되며 불안정성이 커졌다. 실제로 국내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마저 올해 1분기 37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AMPC 4577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업계가 바라는 건 실질 지원과 제도 개혁
업계는 새 정부가 실질적 제도 개선을 통해 배터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배터리산업기본법을 통해 배터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명문화하고, 핵심광물–소재–셀–재활용 등 전(全)주기 밸류체인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배터리 산업은 제조, 사용, 재활용 등 단계별로 상이한 법률이 적용되고, 주관 부처도 분산돼 있어 일관된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
또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세액공제를 법인세 감면 방식으로만 적용하고 있어 막대한 투자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낮거나 적자인 기업은 사실상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투자·R&D 세액공제를 직접 환급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국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도 과제로 꼽힌다.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사실상 생산보조금 형태로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이 미비하다. 업계는 ‘국내 생산 촉진 세액공제’를 신설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동등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초고자본·초고난이도 기술에 대한 국가 주도 R&D 확대도 필요하다. 민간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정부의 투자와 리스크 분담 없이는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프라 강화, 공공 부문 전기차 확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타깃 시장인 미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 세액공제와 AMPC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전략적 대미 외교와 미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