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돌입…"강행 멈춰야"
직원 중 38% 고용승계안 내놔
예보 "원래 방침대로 설립 추진"
"부실에 사실상 백지화 어려워"
금융당국의 가교보험사 설립 추진에 반발하고 있는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 정상매각을 진행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MG손보의 바람과 달리 원칙대로 가교보험사 설립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2일 오전 MG손보 노조는 대통령실 앞에서 '수도권 전체 임직원 연차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MG손보 노조는 "지난 5월 29일 MG손보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생존권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이 돌입한 지 14일이 지났다"며 "금융위원회는 회사의 정상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여전히 MG손보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도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바뀐 게 없다"라며 "금융당국은 여전히 회사를 산산조각 분해해 없애겠다는 계획을 차곡차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가교보험사를 만들기 위해 설립 추진단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우리들을 발령 조치했고 그 결과 어제까지만 해도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를 자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MG손보의 신규 보험계약 체결을 금지하고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예보도 대형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와 함께 가교보험사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공동경영협의회를 발족한 바 있다.
예보는 3분기 안에 MG손보 가교보험사 설립을 비롯해 1차 계약이전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예보는 이 과정에서 MG손보 근로자 중 필수 인력은 우선 채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지부장은 "최근 안병율 MG손보 대표관리인이 직원들 중 38%를 6개월 계약직 신분으로 고용승계 하겠다고 말했다"며 "말 한마디로 길거리에 있는 노동자들의 의지, 마음은 꺾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MG손보 노조와 별개로 정치권에서도 가교보험사 설립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은 MG손보 노조의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이번 (가교보험사 설립)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부실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와 정책 판단 미스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일방적 구조조정이 아닌 교섭 가능한 국면을 열어 제도적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된다"며 "단식과 총파업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와 MG손보 노조 모두 일정 조건 하의 희망퇴직 방식을 포함한 노사 교섭에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금융위 또한 내부적으로 고용이전 비율에 대해 내부적으로 50% 수준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보는 기즌 방침대로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1년 이내 5개 손보사에 계약을 이전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가교보험사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금융권에서는 가교보험사 설립 작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백지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G손보는 부실이 누적되면서 시장에서 조차 선택받지 못한 매물"이라며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 돼 가교보험사 설립이 백지화될 경우 부실 누적이 이어져 나중에는 더 많은 예보기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가교보험사를 백지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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