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계 모호…법적 혼란 불가피
쟁의 범위 대폭 확대…기업 리스크↑
귀족노조 수혜 구조…노정 유착 우려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입법 추진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취지로 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 핵심 내용이 법리적으로 모호하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시민단체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이 법은 지난 2023년 12월과 2024년 8월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두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 의석과 정부 수반까지 꿰찬 공룡 여당이 등장하면서 무난히 입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 지배력’만으로 사용자…법 명확성 원칙 훼손 우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 이는 기존 노동법상 사용자 개념, 즉 근로계약에 기반한 명시적·묵시적 관계에 따른 정의에서 벗어나 경제적 영향력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원청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로 분류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책임은 근로계약 및 구체적인 근로조건 결정력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등의 이유로 사용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인정한다.
이는 자칫 하청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원청이 하청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노동자 보호라는 취지가 오히려 고용기회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쟁의행위 대상도 현행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바꿈으로써 그 대상 범위가 크게 늘어난다.
이 내용 하나로 파업 가능 사유는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파업의 문턱은 낮아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상시적 파업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쟁의행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기업의 경영안정성과 노동시장 질서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파업 면책 구조…책임은 기업에만 지우나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핵심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한 조항이다.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라도 사용자가 조합원의 위법 행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실무상 조합원의 가담 정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기업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면책 구조가 정착되면 불법 파업이 반복되더라도 기업은 실질적인 대응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 노동권 보호는 사회적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노란봉투법은 노동삼권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 중심의 일부 강성 노조가 이 제도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노조와 정치세력 간 유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귀족노조 보호법이라는 비판 속에 특정 계층의 권익만 강화한 입법이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지만, 법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책임과 권리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수정 없이 입법할 경우, 사회적 신뢰 기반을 흔들고 투자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 법의 명확성과 중립성에 무게를 두고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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