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케이팝(K-POP)의 영향력이 심상치 않다. 무대 위 배우 캐스팅부터 해외 시장 진출, 그리고 팬덤 문화에 이르기까지 케이팝은 뮤지컬 산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뮤지컬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 케이팝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라딘’ 김준수, ‘마리 퀴리’ 옥주현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은 물론이고, ‘컨텍트’ 우연(우아), ‘붉은 정원’ 이서영(헬로비너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인성(SF9)·솔빈(라붐), ‘베어 더 뮤지컬’ 진호(펜타곤), ‘멤피스’ 레오(빅스)·이창섭(비투비), ‘브로드웨이 42번가’ 최유정(위키미키), ‘맘마미아!’ 루나(에프엑스) 등 아이돌 가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경우는 데니안(지오디)·후이(펜타곤)·종형(DKZ)·재한(오메가엑스) 등 4명의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고 있고, ‘드림하이’는 케이팝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는 쇼뮤지컬인 만큼 세븐·김동준(제국의아이들)·영재(갓세븐)·진진(아스트로)·장동우(인피니트)·강승식(빅톤)·유권(블락비)·임세준(빅톤)·김동현(골든차일드)·선예(원더걸스)·루나(에프엑스) 등 아이돌 가수가 대거 투입됐다.
이들은 이미 구축된 팬덤을 바탕으로 티켓 파워를 발휘하고, 뮤지컬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많은 뮤지컬 제작사들은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 해 잠재 관객층을 확대하고 있고,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단순히 국내 인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류의 중심에 있는 케이팝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뮤지컬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케이팝은 이제 뮤지컬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드림하이’의 경우 동명의 드라마를 모티브로 케이팝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SM을 만든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역시 케이팝을 중심으로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준비할 계획을 밝힌 것 등이 그 예다.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 ‘케이팝’이 공연되는 등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큐지컬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케이팝 시장 특유의 팬덤 문화는 뮤지컬계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팬들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응원하는 배우의 회차를 ‘N차 관람’ ‘회전문 관람’하며 적극적으로 특정 스타를 소비한다. 이는 배우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뮤지컬 흥행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케이팝 팬덤 문화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굿즈(MD) 제작 및 소비 역시 뮤지컬 팬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단순 판매용 굿즈를 넘어 팬들이 직접 제작하고 공유하는 굿즈 문화는 뮤지컬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다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지나친 특정 배우 의존 현상이다. 케이팝 아이돌의 출연 여부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작품성보다는 배우의 인기에만 기대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뮤지컬 산업의 내실을 약화시키고, 배우 개개인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케이팝의 인기에 편승하여 작품성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케이팝 팬덤의 강한 구매력에 기대어 내용적인 완성도보다는 화려한 캐스팅이나 시각적인 효과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으로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그 자체로 고유한 예술성을 지닌 장르이며, 케이팝의 인기를 활용하더라도 결국은 탄탄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야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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