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전력 지형...두산에너빌리티 에너지 전환 중심축 부상
원전·SMR·가스터빈·수소·풍력...‘탈원전’ 이겨낸 복합전략 주목
원전해체 사업 기대감까지...주가 올들어 264%↑·시총 6위 진입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았다. AI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늘어나는 전기 소비가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랜 탈원전 정책 여파를 딛고 국내 에너지 산업의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혼합)’ 정책에 무게를 실으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945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가 일종의 ‘전력 블랙홀’ 현상을 일으키면서 산업계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이미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선정하고 SMR 주기기를 제작하는 파운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3대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와 테라파워, 엑스에너지와 모두 협력 체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높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지닌 ‘미니 원전’으로 평가받는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구조 개편과 규제 간소화 등의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SMR 사업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도 원전 산업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 ‘SMR 기술개발 촉진 및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하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입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핵심 사업인 원전 수주 성과도 두드러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를 아우르며 압도적 원전 주기기 파운드리 지위를 구축 중이다. 회사는 지난 40년간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원전 주기기를 공급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주기기·기자재 공급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팀코리아’의 핵심 일원으로 참여해 16년 만의 원전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전화 통화 뒤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축하하며 성공적 이행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된 분위기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력·천연가스 발전 기자재 산업이 긴 터널을 지나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연간 수주 목표를 10조7000억원으로 제시했는데 무난한 달성 혹은 상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해체 시장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내 최초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를 승인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상업 원전 해체 기술을 실증할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은 2050년까지 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된 원전 215기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단 25기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뿐이고 이 중 상업용 원전을 완전히 해체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미국 NAC사와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용 특수 용기 ‘캐스크’ 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어 관련 기술력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 사업 역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요 사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착수해 2019년 국내 최초 국산화에 성공,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개발을 완료한 기업으로 기록됐다.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수소터빈 기술 개발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어 원전을 제외하더라도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사업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연초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순위가 36위였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27일) 기준 6위까지 올라선 상태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1조5685억원에서 42조1489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주가는 264.34%(1만8060원→6만5800원) 급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해체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상업 원전을 해체하는 국가가 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같은 성과가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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