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기소 여부 판단하기 위해 증거는 있는지 등 확인하는 업무가 수사"
"검찰 직접수사 개시에 대한 국민의 우려 경청하고 깊이 성찰할 부분도 있어"
"경찰 직접수사 늘어나는 만큼, 검찰 사법 통제 기능은 제대로 복원돼야"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리라 믿어"
심우정 검찰총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검찰 '2인자' 이진동(사법연수원 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수사·기소 분리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차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차장은 "법조인으로서 아무리 고민해봐도 수사·기소 분리는 논리적·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증거는 있는지, 합법적인 증거인지, 증거 가치는 충분한지 등을 확인하는 업무가 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금지라는 또 다른 의미의 '수사와 기소의 분리', 즉 '착수와 종결의 분리'라면 최근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깊이 성찰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 차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없고 신속한 범죄 대응이 필요한 주가조작 사범, 입찰 담합 사범, 기술 유출 사범 등 기관 고발과 수사기관의 범죄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의 직접수사가 늘어나는 만큼 인권 보장, 적법절차 준수 등 검찰의 사법 통제 기능은 제대로 복원돼야 한다"며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은 쉽지만 복원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이유로 "시스템 변경은 여러 전문가, 현장의 의견 청취를 거쳐 면밀하게 심도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차장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에 따라 검찰이 기록 분석보다도 조사,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데이터를 생산하는 업무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 차장은 또 "1999년 첫 발령지 인천지검으로 출근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6년 4개월이 지났다"며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 다른 직업은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검사라는 직업을 매우 사랑하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남아 있는 검찰 구성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리라 굳게 믿는다"며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언제나 친정인 검찰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대검 옛 중앙수사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 수원지검 2차장 등을 거쳤고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 '안기부·국정원 도청 의혹' 등 여러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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