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가려진 ‘관람 권리’…케이팝 콘서트, ‘시제석’ 둘러싼 논란 계속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08 12:54  수정 2025.07.08 12:54

블랙핑크 콘서트 '시야없음석' 논란...YG "후속 조치 취할 것"

브루도마스 내한 공연서도 '벽뷰' 좌석 논란으로 환불 조치

"시간·비용 투자하는 팬덤...최소한의 관람 권리 보장받아야"

블랙핑크 콘서트 'N3 구역' 관람 시야. 무대는 대형 구조물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커뮤니티

“후기랄 것도 없다. 그냥 안 보인다” “시야가 없다. 이런 자리를 시야 제한석으로 푼 것도 아니고 본예매로 푼 게 너무 화가 난다” “13만원 내고 벽만 보고 왔다. 이정도면 영화관 단체 관람 수준이다”


지난 5일과 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양일간 약 7만8000명의 관객을 운집한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콘서트 ‘데드라인’(DEADLINE) 후기다. 예매 당시 ‘구조물로 인해 시야 방해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일부 좌석에 배치된 관객들은 무대를 가리는 대형 스크린 구조물로 인해 실질적으로 무대 전체가 가려졌다는 주장이다.


가장 문제가 된 구역은 ‘N3’ 좌석이다. 이 좌석은 9만9000원에 판매된 시야제한석이 아닌, 13만2000원을 지불한 B석 정상가로 판매됐다. 팬들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관람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공연업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주최·주관 측 귀책으로 관람이 현저히 곤란할 경우 티켓값 전액 환불은 물론, 입장료의 10%를 위자료로 추가 배상받을 수 있다.


국내 공연 시장에서 시야제한석 판매는 2010년 이후 일반적인 판매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공연 기획사 입장에서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공연장의 제한된 좌석 수를 최대한 활용하여 수익성을 높이고, 팬덤 규모가 큰 케이팝 그룹의 경우 더 많은 팬들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시야제한석은 꾸준히 판매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 뒤에는 관객들의 ‘관람 권리’ 침해라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시야 방해 정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블랙핑크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일부 시야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모호한 문구만으로는 관객들이 해당 좌석에서 어떤 시야를 경험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매번 콘서트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시야가 가려진 VIP석 관객에게 차액을 배상하도록 결정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3년에도 팝 가수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에도 무대와 스크린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른바 ‘벽뷰’ 좌석이 논란이 되면서 일부 좌석에 대한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관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당시 시야제한석ⓒ데일리안 DB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논란이 커지자 후속 조치에 나섰다. 7일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구역(N3 구역) 앞에 콘솔이 설치되어 있어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환경을 개선하고자, 관객들을 위해 LED 스크린을 확장 설치했으나 당사의 의도와 달리 불편을 드리게 되었다”며 “해당 구역에 대한 불편을 접수해 주신 분들을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 케이팝 팬은 “시야제한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포괄적인 표현 대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려지는지, 무대 전체 중 어느 정도의 시야가 확보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고지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무대 중앙 우측 일부 시야 제한’ ‘무대 전체의 30% 시야 가림’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티켓 구매 전 충분히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시야제한석의 등급을 세분화하여 시야 방해 정도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특히 시야제한석이 아님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시야 방해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여 공연 관람에 큰 지장을 초래한 경우, 차액 환불뿐만 아니라 다음 공연 우선 예매권 제공 등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여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팬들의 열정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는 공연 기획사의 책임감을 높이고, 장기적인 팬심을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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