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구조적 한계인가...절실해진 하반기 반등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7.08 10:21  수정 2025.07.08 10:22

삼성 "반도체, 전 분기 대비 이익 하락"

전사 영업익 4.6조원...전년비 56%↓

하반기, 2나노·HBM4 반등 발판될 것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진행한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저하와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반도체 전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지며, 반도체 사업의 구조적 한계 문제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09% 감소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조원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잠정 실적은 약 1조원이 낮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부문 부진 이어져...구조적 한계?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를 통해 "디바이스솔루션(DS)은 재고 충당 및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메모리 사업의 경우 고성능 AI 서버 수요에 대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가 일부 진행됐으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는 비메모리 사업에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의 경우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고,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대중 제재의 영향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되지만, 라인 가동률 저하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으로, 첨단 공정의 수율 불안정성과 고객 이탈 문제 등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파운드리는 경쟁사 대비 기술 완성도와 양산 안정성에서 밀리며 주요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2나노 공정은 아직 대형 고객사 확보가 가능한 구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고부가 제품인 HBM은 아직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HBM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했고, 낸드는 전 분기 대비 가격이 하락하면서 적자 규모가 소폭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파운드리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며, 6월 이후 급락한 원/달러 환율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부문이 고객사 확보 부진 및 지연 등으로 2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을 것으로 관측한다.


"하반기 대응 위해 총 역량 결집"

시선은 하반기로 향한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2나노 대형 고객사 확보 및 엔비디아 등 HBM3E, HBM4 공급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당장 파운드리 부문은 글로벌 빅테크의 3나노 물량이 대만 TSMC로 향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 2나노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이 수주 사업인 만큼 실적 실현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실적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순 있다. 현재 30~40%대에 머물고 있는 수율을 단기간 내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갤럭시 Z플립7 신제품에 탑재가 예고된 자사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의 안정적인 성공이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엑시노스는 비메모리 사업의 핵심 축 중 하나다.


엑시노스2500은 3나노 공정 기반으로 양산된다. 현재 3나노가 선단 공정인 만큼, 최선단인 2나노 공정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메모리 부문은 HBM3E와 HBM4 제품의 고객사 인증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엔비디아 HBM3E 12단 제품 인증이 하반기로 미뤄졌고, 차세대 제품인 HBM4 역시 하반기 인증 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영현 DS부문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 직접 방문해 HBM 제품 공급을 직접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3E 12단 제품의 퀄 테스트와 내년 공급 가능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올해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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