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공연하는 사람’ 박지연, 15년 무대 위 진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15 08:49  수정 2025.07.15 08:49

'2시 22분' 8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23년 초연 이어 재연서도 제니 역 캐스팅

ⓒ신시컴퍼니

“공연을 할 때의 제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연습하면 할수록 새롭고, 같은 것을 같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매일 공연을 반복하면서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느낌이 들까 기대되기도 하고요.”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처음 무대에 오르고,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배우 박지연은 꾸준히 무대를 지키며 자신만의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출연했던 작품에 두 번 이상 출연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그는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으로 매 작품에 임하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막을 올린 연극 ‘2시 22분’ 역시 박지연이 ‘다시’ 만난 작품 중 하나다. 2023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앙상블과 밀도 높은 ‘말 맛’이 돋보이는 스릴러 연극이다. 박지연은 이 작품을 “체력 소모도 크고, 대사량도 많고, 텍스트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고, 재미도 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초연 때는 대사량도 많고, 캐릭터 간에 대사 리듬을 잘 맞추기 위한 긴장감도 필요한 작품이라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미 대본 자체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그저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죠. 이번 시즌에는 내 대사, 상대방 대사의 이면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2시 22분’에서 박지연은 의문의 현상을 겪는 제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끈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집에서 매일 새벽 2시 22분만 되면 들리는 수상한 소리와 기묘한 현상을 겪는 제니는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남편 샘과 끊임없이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섬세한 감정선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오가는 박지연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2시 22분’만이 가진 독특한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특히 반전이 있는 작품의 특성상 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그의 해석은 극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 모두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하는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작업부터 다시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사의 의도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반전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거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극 중 모든 순간순간을 잘 만들어 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신시컴퍼니

‘2시 22분’을 비롯해 박지연에게는 유독 다시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다. ‘맘마미아!’를 비롯해 그가 ‘최애작’으로 꼽는 ‘원스’ 역시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한 작품에 두 번 이상 출연하며 더 큰 즐거움과 깊은 이해를 얻는다고 말한다. 한 번으로는 작품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말에서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저는 한 작품에 되도록 두 번 이상 출연하려고 해요. 한 번으로는 그 작품에 대해 다 알 수 없더라고요. 실제로 두 번 이상 출연했을 때 더 즐기면서, 재미있게 공연했던 기억이 많고요. 그 작품과 한 발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복기한 다음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해요.”


‘맘마미아!’ 오디션을 통해 우연히 뮤지컬에 발을 들이게 됐지만, 이제는 무대 없이는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 ‘윌휴 콤비’(박천휴 & 윌 애런슨)의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윌휴 콤비는 한국의 자랑”이라며 그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두 사람은 한국의 자랑이잖아요.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을 할 때 두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런 사람들이라면 평생 같이 일해도 되겠다’고요. 좋은 사람이라는 게 눈에 바로 보이는 분들이거든요. 운이 좋게 윌휴 콤비의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할 수 있었지만, 전 여전히 그들의 감성을 짝사랑하는 기분이에요. 두 사람이 지닌 결을 너무나 사랑해요.”


박지연의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그가 출연하는 모든 공연을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연’이라고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공연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부터 공연까지 오랜 시간 지켜보고 찬찬히 뜯어보며 애정을 쌓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깊이 있는 몰입과 사랑이 박지연을 ‘가장 멋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저는 제가 하는 공연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기에 공연되는 수많은 작품 중, 제가 하는 공연이 제게는 언제나 최고예요. 저는 공연은 오래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찬찬히 뜯어봐야 하고요. 연습부터 공연까지, 오래도록 지켜보고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면 제 공연이 그렇게 좋고 애틋할 수가 없어요.”


“저는 계속해서 ‘공연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공연할 때의 제가 제일 멋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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