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협의 없이 자녀 데려간 친부…"부모라도 '기망' 있었다면 유인죄" [디케의 눈물 34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07.14 17:08  수정 2025.07.14 17:10

피고인, 아내와 별거 중 보육교사 속여 미성년 자녀 데려와…유인죄 징역형 확정 판결

법조계 "기망·유혹 등 방법으로 자녀 데려갔다면 성립…보육교사 속였으므로 기망행위"

"미성년자 유인죄, 방식과 목적 뿐 아니라 보호자 안정적 양육 환경 침해했는지가 핵심"

"이혼 및 양육권 분쟁 과정서 자주 발생하는 현실 문제…자녀 복리 중심으로 판단해야"

ⓒAI 생성 자료사진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 자녀를 돌보던 아내 몰래 남편이 보육교사를 속여 아이들을 데려갔다면 미성년자 유인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부모라도 보호자의 지배 범위에 있는 미성년자를 기망이나 유혹 등으로 데려간 경우 미성년자 유인죄가 성립하고, 협의 없이 보육교사를 속여 자녀를 데려갔다면 기망행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혼·양육권 분쟁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인 만큼 법원이 사건의 실질과 자녀 복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폭행,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22년 4월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이던 당시 아내와 협의 없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아이들 엄마와 함께 꽃구경을 갈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 자녀들을 하원시켜 데려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미성년자 유인 혐의와 관련해 아이들 연령에 비춰 의사능력이 없으므로 '유인'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자신도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하고 있었으므로 양육 상태의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급심 법원은 엄마로부터 보호·감호권을 위임받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기망(속임)을 인정할 수 있고, A씨가 이전에 비양육자임을 전제로 양육비 액수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동양육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두 자녀를 데려간 것은 사회 관념상 하나의 행위로 평가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 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해 미성년자나 보호감독자를 꾀어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성년자에 대한 유인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AI 생성 자료사진.

가사·형사 전문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미성년자 유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보호자의 지배·감독 범위에 있는 미성년자를 기망이나 유혹 등의 방법으로 보호자의 의사에 반해 데려가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남편이 보육교사를 속여 자녀를 데려간 점이 기망행위로 판단될 수 있는 요소"라며 "미성년자 유인죄는 단순히 유인이나 약취의 방식과 목적 뿐 아니라 보호자의 안정적 양육 환경을 침해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혼·양육권 분쟁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이다. 억지로 자녀를 데려가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이 단순 형식적 법리보다 사건의 실질과 자녀 복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이혼 사건을 하다 보면 자녀를 몰래 데려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통상 이런 경우 미성년자 유인죄나 약취죄로 고소가 들어간다"며 "특히 유인죄는 보호자의 지배·감독 하에 있는 자녀를 속이거나 유혹해 본인의 지배하에 옮기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미성년자 유인 사건은 사안마다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라 판결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아이를 데려간 목적과 과정, 당시 사용한 방법, 아이의 상태, 피고인의 전과 여부 등을 모두 종합해 법원이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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