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예쁘게 꾸며진 거실이 참 많다. 밝은 톤의 소파, 미니멀한 수납장, 감각적인 포스터까지. 누가 봐도 ‘사진 찍기 좋은 집’이다. 하지만 예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거실은 단순히 잘 꾸미는 공간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상황을 반영한 구조여야 오래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아이방 솔루션을 하다 보면 거실까지 같이 요청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주로 노는 공간이 방이 아니라 거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낮엔 엄마랑 거실에서 책을 읽고, 저녁엔 아빠랑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때론 방보다 거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거실을 설계할 땐 단순히 ‘어떤 가구를 배치할까’보다 ‘이 집에서 가족은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가’를 먼저 본다.
가족 구성원 각각의 생활 루틴과 성향을 파악하는 건 필수다. 거실은 '공용 공간'이지만, 각자 사용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아이는 바닥에서 노는 시간이 많고, 엄마는 식탁이나 책상에서 일하거나 무릎에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준다. 아빠는 퇴근 후 휴식에 집중하고, 조부모가 계신다면 소파에 오래 앉아있거나 TV 시청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누군가에겐 놀이터이자 공부방이고, 누군가에겐 휴식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재택근무를 위한 사무실이 된다. 이 다양한 목적들을 모두 수용하려면, 결국 거실은 단순히 '예쁘게'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필자의 집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4인 가족이다. 남편은 일찍 출근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대부분이고, 집에 있는 날엔 소파에 누워 푹 쉬는 게 중요하다. 나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방 솔루션과 콘텐츠 작업을 한다. 안방은 아이들의 놀이방 겸 학습공간으로 내어줬고, 거실에서는 책 읽기, 보드게임, 숙제 봐주기, 가끔 내가 일하는 정도가 이뤄진다. 자연스럽게 거실엔 TV는 없고, 포근한 소파와 넓은 책상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한테 맞는 최소한의 거실이다. 집이 예쁘냐 보다 얼마나 기능적으로 맞아떨어지느냐가 우리 가족에겐 훨씬 중요했다.
다른 집 얘기를 해보자. 5살 여아가 있는 집이다. 맞벌이 부부이고 평일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본다. 낮 시간대엔 아이와 조부모가 함께 거실에 머물기 때문에 소파는 필수였고, TV도 꼭 필요했다. 이 집은 곧 둘째도 태어날 예정이라 거실에 놓는 가구 수를 최소화하고 동선을 최대한 넓히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꿨다.
베란다는 첫째의 놀이공간으로 리디자인했고, 커튼을 달아 놀이에 몰입할 수 있는 아지트로 만들었다. 첫째와 독서를 하고, 수유도 할 수 있는 암체어도 함께 배치했다. 이 집에는 이게 딱 맞는 거실이다.
또 다른 집은 삼 남매가 있다. 초등학생 첫째 아들과 6세 쌍둥이 남매. 셋 다 학습을 도와줘야 했기 때문에 거실에 세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책상 구성이 필요했다. 첫째는 자기만의 집중존이 필요했고, 쌍둥이는 같은 테이블에서 활동하되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책상을 마주 보되, 파티션을 두었다. 첫째와 남자 쌍둥이는 자주 다퉜기 때문에 두 사람의 책상은 되도록 멀리 떨어뜨렸다. 이 집의 거실은 책상 중심이고, 대화가 오가는 학습 중심 구조다.
이렇게 세 집의 거실은 모두 다르다. 똑같은 아파트 구조라도, 누가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배치는 전혀 달라진다. ‘예쁜 거실’보다 ‘우리 가족한테 맞는 거실’을 고민 해보자. 구조를 바꾸고 가구를 배치하는 일은 결국 가족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장 자주 쓰는 공간,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간대. 이 세 가지만 파악해도 거실의 윤곽은 잡힌다. 정답은 없다.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단 하나의 거실을 찾아가면 된다.
결국 집을 디자인한다는 건, 우리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거실은 그 삶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걸 잊지 말자.
자문 : 아동심리연구소 플레이올라
신은경 도다미네플레이스 대표 dodamine_plac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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