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이태원·오송·무안 유가족 초청
청와대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
李대통령 "정부 대표해 사죄 말씀 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서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16일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대화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위로를 위해 마련됐으며 4·16 세월호 참사(90명), 10·29 이태원 참사(45명),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12·29 무안 여객기 참사(58명) 유가족이 참석했다.
유가족 요청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위해 정부 측에서는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수부 차관,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문진영 사회수석, 봉욱 민정수석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세월호·이태원·오송 참사는 물론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까지 한자리에 초청해 모든 국민의 아픔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그간 세월호(2017년, 대통령), 12·29 여객기 참사(참사 당일,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토부 장관)에 대한 정부 측 사과는 있었으나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다신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 제1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 받을 때 국민이 보호 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을 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늘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있는 말씀을 있는대로 많이 들어보도록 하겠다"며 "아마도 이런 자리를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충분한 배상이나 보상, 사과나 위로의 이야기도 없었다고 생각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아픈 말씀도 국민들과 함께 듣고 필요한 대책을 함께 만들어 나감으로서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모두 발언에 이어 각 참사 유가족 대표 발언도 이어졌다. 간담회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유가족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과 각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에서는 안산에서 올해 4월 열린 11주기 기억식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에게 '대통령이 되시면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직접 건넨 한 아버지도 참석했다.
유족 대표들의 발언에서, 최은경 오송 참사 유족 협의회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및 지방정부 지원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립 및 임시 추모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구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한 번만 만나달라, 159명의 억울함을 제발 들여다 봐달라,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잊지 말아달라 했지만 돌아온 건 차갑고 긴 침묵뿐이었다"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사와 애도 ▲참사 관련 정보 공개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 보듬기 등을 요청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기 대표는 "고통과 상실감 속에 울부짖는 우리를 위해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규명, ▲항공철도 조사위원회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 제약으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는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이 비치 됐다고 한다. 모든 참석자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 후 제출해 대통령이 직접 모든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취지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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