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북확성기 철거 착수에 "잘한 일…무너진 신뢰 다시 일으킨 조치"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8.04 13:43  수정 2025.08.04 14:03

통일부 장관, 조계사서 진우스님 예방

남북관계 복원·민간 교류 의견도 나눠

'자리이타' 철학 강조…불교 도움 강구

유엔사 향해 "영토주권 존중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확성기의 철거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고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확성기 중단이 이뤄졌고, 이번 철거는 그 연장선상의 조치다. 잘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진우스님을 만나 남북관계 복원과 민간 교류 확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측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도 문화와 종교를 매개로 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진우스님은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린) 금강산에는 8만9암자가 있을 정도로 유정사를 비롯해 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남북 불교계가) 사찰 관광과 공동법회를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그쪽에서 받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진우스님은 늘 자리이타(自利利他·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남을 위하여 불도를 닦는 일)의 철학을 강조해 왔다"며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도 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남북이) 서로 죽는 길로 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 공존의 길로 가는 것이 자리이타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관계는 불일불이(不一不二)"라며 "하나가 아닌 것은 현실이지만 또 둘이 아닌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하나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타 종교계를 통한 남북 교류 활성화와 관련해 천주교 유흥식 추기경을 언급하며 "(통일부 장관 취임) 당시 판문점 방문을 희망했으나 유엔군사령부에서 불허돼 추기경께서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정전 상태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책무가 있지만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방문에 대해서는 영토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종교 지도자들과 시간을 내서 계속 찾아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엔 "국무위원들도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보좌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께서 휴가 중이시지만, 이번 회담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다시 평화공존으로 이끄는 위대한 사상"이라며 "남북관계에 불교계의 지혜가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철거를 단행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를 이유로 지난해 6월 9일 약 6년 만에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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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부자들이 활개를 치네,
    2025.08.0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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