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로 점철된 전공의 복귀, 재발 막을 울타리 없다 [기자수첩-정책경제]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08.11 07:00  수정 2025.08.11 07:00

특혜성 예외조치에 형평성 논란…청원 10만명 동의

재발 방지책 빠진 합의문…또다시 소모전 우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입영 연기, 정원 초과 수용, 수련 연속성 보장 등 전공의를 위한 ‘풀패키지 특혜’를 제시하며 복귀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복귀가 의료 현장의 신뢰 회복을 담보하진 않는다.


추가 국가시험, 군 입영 유예, 정원 초과 승인은 다른 대학생이나 전문직군에서도 보기 힘든 특수한 예외다. 형평성 논란을 넘어 국민의 박탈감을 키우며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실제로 “교육과 수련을 포기한 이들에게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이를 반영한 국민청원은 약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위원회 회부 기준을 충족했다.


현장도 술렁이고 있다. 수련병원들은 이미 PA 간호사 등 대체 인력으로 의료 공백을 메워왔다. 복귀 인력 투입은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지만, 시기와 방식에 따라 인력 배치와 운영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재발 방지책 부재다. 이번 합의문에는 유사 사태 재발 시의 법적·제도적 대응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의료공백 방지 법제화’나 응급·필수의료 파업 제한 규정 같은 안전장치는 빠졌다. 이런 상태라면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져도 정부와 의료계가 또다시 소모전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복귀는 시작일 뿐이다. 특혜성 조치로 급한 불을 끈 듯 보이지만 그 뒤에 책임과 공정성, 재발 방지 장치가 비어 있다면 의료 정상화는 이름뿐인 구호로 끝날 수 있다.


의료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책임이 전제되지 않는 한, ‘복귀’는 단순한 복귀 그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합의는 의료계의 특권을 재확인한 사례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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