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뮤지컬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10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극장에 들어서면 ‘위키드’를 상징하는 길이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이 포효한다. 13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 초록 마법은 십수 년간 한국 관객들의 애를 태운 끝에 드디어 오리지널의 감동을 그대로 품고 다시 한국 관객의 곁으로 돌아왔다.
‘위키드’는 고전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우리가 익히 알던 ‘도로시’의 이야기가 아닌, 서쪽 나라의 ‘나쁜 마녀’로 불린 엘파바와 남쪽 나라의 ‘착한 마녀’로 불린 글린다의 숨겨진 우정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피부색 때문에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했던 엘파바와 모두의 사랑을 받는 금발의 미녀 글린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오즈 대학에서 만나 갈등하고, 이해하며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과 공감을 선사한다.
이번 내한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압도적인 무대 예술에 있다. 12.4m에 달하는 거대한 타임 드래곤이 시시각각 움직이며 극의 웅장함을 더하고, 350여 벌의 화려하고 정교한 의상은 오즈의 세계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특히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장면은 ‘위키드’의 백미로 꼽힌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엘파바의 모습은 단순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 억압과 편견에 맞서는 모든 이들에게 해방감과 벅찬 감동을 안긴다. 글린다가 수천 개의 비눗방울과 함께 버블 머신을 타고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 역시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하며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엘파바 역을 맡은 셰리든 아담스(Sheridan Adams)와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Courtney Monsma) 등 인터내셔널 투어 캐스트들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두 주연 배우가 뿜어내는 강력한 시너지는 ‘위키드’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깊이 있는 드라마임을 증명한다. 엘파바 얼터네이트 조이 코핀저(Zoe Coppinger)의 실력과 개성도 눈여겨볼 만 하다.
‘위키드’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비단 화려한 볼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은 ‘선과 악은 과연 누가 정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다름을 향한 세상의 편견과 이분법적 사고를 꼬집는다.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소수가 어떻게 다수에 의해 배척되는지를 보여주며 동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모습은 증오와 혐오가 만연한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년 넘게 7500회 공연을 하며 70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토니상, 그래미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이 작품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섰다. 13년 만의 귀환을 성공적으로 알린 뮤지컬 ‘위키드’는 그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화려한 무대, 매력적인 캐릭터, 스티븐 슈왈츠의 주옥같은 음악,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위키드’는 왜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로 불리는지, 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위키드’ 서울 공연은 10월 26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도 순차적으로 막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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