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안정성 다 잡을까…오디컴퍼니의 ‘2분할’ 캐스팅 전략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8.22 08:40  수정 2025.08.22 08:40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또다시 흥미로운 캐스팅 전략을 꺼내 들었다. 앞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2분할 캐스팅’ 방식을 스테디셀러 뮤지컬 ‘데스노트’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는 캐스팅 라인업을 한 번에 공개하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1차와 2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데스노트’의 1차 캐스팅은 작품에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는 ‘뉴 캐스트’(New Cast)로만 구성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업계와 팬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디컴퍼니

이러한 오디컴퍼니의 시도는 단순히 캐스팅 공개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장기 공연의 흥행 공식을 재정립하려는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의 ‘신선함’을 극대화하여 초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검증된 ‘안정성’을 바탕으로 장기 흥행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일부 팬덤 사이에서는 기존에 사랑받았던 배우의 출연 여부를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는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데스노트’ 캐스팅 전략의 핵심은 1차 라인업을 모두 새로운 얼굴로 채웠다는 점이다. 제작사는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야가미 라이토와 엘(L) 등 주요 배역에 기존에 참여하지 않았던 배우들을 전면 배치했다. 먼저 야가미 라이토 역엔 조형균·김민석·임규형이, 엘 역엔 김성규·산들 탕준상이 이름을 올렸다.


기존 캐스팅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들이 선보일 캐릭터 해석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의 역량과 개성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의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기에, ‘뉴 캐스트’의 등장은 작품에 새로운 활력과 다채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불어넣는다. 이는 N차 관람이 많은 뮤지컬 팬들에게 신선한 관람 동기를 부여하고, 기존에 작품을 보지 않았던 새로운 관객층의 유입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제작사 입장에서 장기 공연의 전반부를 이끌어갈 화제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새로운 캐스팅 조합에 대한 기대감과 입소문이 공연 초반의 흥행을 견인하고, 이후 합류할 기존 캐스트에 대한 기대감까지 증폭시키는 연쇄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전 캐스트들로 쌓아온 팬덤이 두텁다 보니 마니아 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아직 2차 캐스트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즌을 맞이한 만큼 공연의 안정적인 흥행을 담보하는 배우들을 투입함으로써 장기 공연 후반부까지 흔들림 없는 동력을 확보할 2차 캐스트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검증된 실력을 갖춘 기존 배우들의 합류는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보험’과도 같다. 이들은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며, 공연이 장기화될수록 발생할 수 있는 관객의 피로감을 상쇄하고 꾸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된다.


결국 ‘뉴 캐스트’가 창출한 초기 동력을 ‘기존 캐스트’가 이어받아 흥행의 파이를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장기 공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제작사의 영리한 계산이 깔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검증됐듯 오디컴퍼니의 ‘2분할 캐스팅’은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장기 공연 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제작사와 배우에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관람의 선택지를 넓히고, 다양한 배우들에게 무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시장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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