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약칭 ‘고용부’→‘노동부’ 변경
김영훈 장관, 노동계 편향 정책 논란
“좋은 일자리 ‘노동’과 연결될 때 의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위 글은 우선순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두 가지 대상을 비유하는 문장이다. 이 오래된 철학적 명제가 다시금 떠오르게 된 계기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처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꾸면서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노동부’로 공식화 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노동부의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고, 약칭을 고용부로 한 이후 15년 만의 변경이다.
김 장관은 약칭 변경 이유에 대해 “고용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의 가치와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바뀐 약칭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고 주장한다. 약칭이 바뀌어도 고용노동부가 하는 일은 이전과 같고, 무엇보다 전체 이름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는 목소리다. 모두 맞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이 취임 후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노동계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계속되는 현 시점에서 부처 약칭 변경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 메시지, 기업 고용에 지대한 영향력 행사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효력 발생을 앞두고 있다. 정년연장,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언급한 것은 모두 노동계에서 환영하는 정책·입법이다. 고용과 산업, 경제 전반을 고려해야 할 부처가 노동자 이익에만 귀 기울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 유례없이 증가한 ‘쉬었음’ 청년 수, 고령자의 대규모 은퇴 행렬 등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내는 메시지는 기업들의 고용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고용노동부는 노사관계를 중재하고 이들간 균형추를 맞춰야 하는 책무를 가진 부처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이 보장돼야 한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만들어진다. 과도한 규제나 부담으로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고용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 확보가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노사 균형 추 잃으면 ‘노동부 간판’ 갈등 상징된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기업을 위한 정책을 따로 두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는 합리적 수준에서 운영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고용과 노동을 함께 아우르는 고용노동부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약칭 변경 자체는 작은 변화일 수 있어도, 이것이 주는 정책 신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한쪽 진영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듯한 정책 행보가 이어진다면 ‘노동부’라는 간판은 자칫 논쟁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고용과 노동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약칭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국민 누구에게나 설득력을 주는 정책으로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이다.
노사가 균형을 잃는다면 이번 약칭 변경이 갈등의 불씨에 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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