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호스트가 돼 다양한 콘텐츠 해볼 수 있어…
시간, 장소 제약 없는 온라인 플랫폼이 지속력도 높였다.”
어린 시절 생활기록부부터 구직 활동을 위한 이력서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항목이 ‘취미’였다. 한때는 필수 항목이었던 취미란에는 독서, 영화 감상, 운동이 단골로 등장하곤 했었다.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 ‘좋아서’ 또는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뜻하는 취미는 그 항목에 따라 누군가를 파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독서, 영화 감상과 같은 나 홀로, 조용히 즐기는 취미를 찾는 이들은 다소 정적인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격한 운동을 통해 동적인 취미를 통해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취미’라는 개념이 생겨난 지는 오래됐지만, 이것이 ‘모두가’ 즐기는 일상 문화로 확대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 시작점은 1990년대로, 노래방, 비디오방이 생기며 일 또는 학업 외 ‘다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 그 시기, 국내 첫 영화 잡지 ‘키노’가 발간되고, PC 통신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적인 취향을 함께 공유하는 흐름이 생겨난 것도 취미 문화 확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이어졌었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농구를 관람하며 특정 선수를 응원하고,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는 성나정(고아라 분)을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을 열렬하게 좋아해 오프라인에서 직접 응원하는 조윤진(민도희 분), 춤추며 술을 마시는 클럽 문화를 즐긴 해태(손호준 분)-삼천포(김성균 분) 등이 취미 활동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 시기, 청춘들의 특징을 보여준 바 있다.
또 한 차례 취미 문화가 확산되고, 다양성이 확대된 계기는 주 5일 근무제의 시작이다. 2000년대 들어 주 6일에서, 주 5일로 근무 제도가 바뀌었는데, 이때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취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2011년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지 5년째 되던 해에는 한 설문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국민 성인남녀의 62.2%가 ‘여가활동 시간’의 의미를 단순히 업무 외 시간인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미생활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명 중 7명은 실제로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69.2%)고 대답했었다.
당시 영화 공연, 전시회 관람 등의 문화생활은 물론, 조기 축구 등 동호회를 통해 취미를 함께 즐기는 문화도 확산했으며, 여행 등을 즐기는 가족이 생겨나며 “가족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당시 갯벌체험 또는 갯벌, 농장 체험 등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을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이 확산된 것이 유의미한 변화로 꼽혔었다.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취미 문화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대중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공연, 스포츠 등은 취소됐지만 대신 개인의 취미활동을 즐기며 관련 소비에 망설임이 없는 ‘하비슈머’ 트렌드가 생겨났다. 취미(hobb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취미 활동에 대한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을 뜻한다. 가치 있는 경험을 추구하고, 소비에도 거침이 없는 젊은 층의 성향과 맞물려 이들을 겨냥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진다.
취미를 가르치고, 또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선보이는 플랫폼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유튜브 콘텐츠, SNS 등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된 시대, ‘재밌는’ 취미를 접한 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취미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풋살부터 테니스, 프리 다이빙까지, 여러 취미를 섭렵 중인 30대 여성 A씨는 “여자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축구 예능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풋살을 배웠다”며 “여성 축구 열풍 이후 풋살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늘었지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축구 팀이 모여 경기를 하기도 한다”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취미생활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취미 공유 플랫폼 프립의 임수열 대표는 취미문화 확산 계기에 대해 “어떠한 모임, 클래스,를 공급자들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호스트가 돼 다양한 콘텐츠를 해볼 수 있다는 게 기점이 됐다고 여긴다”며 “프립은 전문 강사뿐 아니라, 자신의 취미를 나누고 싶은 일반인까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러닝 크루, 독서 모임, 요가 클래스, 해외여행까지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이 확장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특성 덕분에 지역과 시간의 제약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모임의 밀도와 지속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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