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미정상회담 한달 만에 다시 방미
북중러 밀착 속 우리 외교 시험대 올라
'피스메이커' 발언, 총회에도 이어지나
트럼프 2차·이시바 3차 대면에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지난달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불과 한달 만의 방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재회 가능성이 주목된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이 겪은 민주주의 위기와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는 매해 9월 셋째 주 화요일부터 약 일주일간 열리며, 193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다.
한국은 9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맡으며 오는 24일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공개토의도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기회와 위협을 논의하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기조연설은 23일, 공개토의는 24일에 예정돼있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중 강조할 한반도 메시지도 관심사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자신은 '페이스메이커'로 규정하며 한반도 대화 재개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런 기조는 곧 유엔총회로 이어지고, 이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9월 뉴욕에서의 조우가 10월 경주로 이어지는 연속 외교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1일 KBS '시사본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한미정상회담에서) 참석을 전제로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오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실장은 앞서 29일 CBS '뉴스쇼'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처럼 특이한 리더십과 캐릭터를 가진 분과는 더욱 개인적인 연대를 갖는 게 중요한데, 그게 생겼다"며 "상대 '톱 디플로맷'(최고 외교관·대통령을 지칭)의 첫 인카운터에서 서로 케미가 맞았고,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존경)가 있었다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한편 북·중·러의 밀착 행보 속에서 유엔총회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미·일 3국 공조가 확인될지도 주목된다. 북·중·러의 밀착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선 장면은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이후 66년 만에 연출된 '반(反)서방 연대'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6년 8개월 만에 이뤄진 가운데, 중국을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총회 다자외교 무대는 우리나라 외교에 있어 더욱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북·중·러의 연대가 보여준 상징적 장면에 대응해, 한·미·일 3국이 어떤 방식으로 공조를 확인하고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발신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북·중·러 결속이 상징적 과시일 뿐 실제 군사적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한국 외교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가능성뿐 아니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만남이 이뤄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이 대통령과는 세 번째 대면이 된다. 한·미·일 연쇄 외교 구도가 가시화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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