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00일 회견…'민감 사안' 입장 밝힐까
對野 '긴장' 도돌이표…'특검법' 거부권 숙제
'협치 복원' 분수령…야당 요구 수용이 '관건'
'인사'…'고위공직자 배제 원칙' 설정 '주목'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지난 6월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내외적인 불안 상황이 커졌지만, 취임과 함께 잇따른 정상 외교를 통한 '민주주의 복원' 선언은 국정 안정을 도모했다는 평가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정 안정이 안착한 것과 달리, 여전히 인사와 야당과의 갈등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11일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주제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성장을 위한 정부의 국정 방향이 설명된다는 계획이지만,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그동안 참모진의 입으로만 전달됐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 민감 사안은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잇따른 장관 후보자 낙마로 인한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과의 신경전, 당정 갈등, 미국·중국과의 균형 외교 등 사안이 이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못해 묵혀진 이 사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우선 인사 문제는 이 대통령의 최대 실책으로 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국을 운영해 빚은 차질이라고 해도, '강선우·이진숙 낙마 사태' 이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문제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가 도마에 오른 이유도 소위 '필터링'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의구심이 한몫했다. 대통령실은 앞선 낙마 사태 이후, 인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고 "검증 절차는 검증을 할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후보자를 둘러싼 음주운전, 천안함 음모론 등 논란은 SNS와 신상을 파악했다면,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야권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설정한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이재명 정부 역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대 원칙을 세웠다. '공정과 상식' 정부 기조에 맞춘 방향성이었다. 그런데도 출범 1년 만에 고위공직자 8명이 사퇴하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고 누적된 인사 문제는 조국 사태에서 분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유정 대변인은 지난 7월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원칙처럼 기준이 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사위원회를 적법하게 운영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권 일부에서도 인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 '7대 인사 기준'을 고리로 낙마에 고삐를 당겼던 만큼 공세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이 대통령이 이번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기준'을 밝힐지 주목된다. 당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최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다"고 말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장관 후보자 낙마에도 직접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야권의 압박이 거세지는 탓에 인사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사 검증 기준이 아닌, 대통령실 인사위원회 운영 방식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인사 제도 변화를 위해 '인사수석비서관' 내정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긴장 관계 해소도 이 대통령의 과제다. '소통'은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세운 국정 기조 중 하나다. 각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타운홀미팅'부터 '협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대통령실이 자랑하는 성과다. 소통에 방점을 찍은 국정 운영은 지난 100일 동안 곳곳에서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 인사였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 철학이 녹아있다. 당시 여당에선 농민단체 반발을 우려해 송 장관 유임 반대 입장을 냈지만, 그런데도 강행한 것은 이 대통령의 '능력·실용주의' 노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악수 모습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소통'은 이 대통령의 60%대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민주당 당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한 만큼,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자칫 왜곡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일부 공개해 쟁점 법안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정점에 이른 것은 '국민 임명식'이다. '국민 주권' 가치에 따라 국민대표들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형식이 고안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 중심엔 언제가 국력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며 정부 정체성이 '국익'이라는 점을 성공적으로 각인했다.
다만 소통의 부재로 지지율 난항을 겪은 바도 있다. 반대 여론에도 강 전 후보자 임명 강행을 시도한 것과 형량을 절반도 채우지 않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을 사면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소통 기조에 따라 지난 8일 '단독 회동'을 요청했던 장 대표와 30분간 대화를 나누는 등 야당과 손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야 긴장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야당의 핵심 요청에 대해선 묵묵부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안해 쟁점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민주당과 '협력' 관계라는 입장관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탓에 "들러리 빈손 회담은 의미 없다"라고 밝혔는데, 이번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요구한 사안이 수용될지가 '협치'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장 대표는 최 후보자에 대한 임명 우려와 함께,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연장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담은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선 이번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교육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최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를 해야 하는데, 강행하면 결국 이재명 정부의 불법 기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비상계엄도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민주당도 원인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는데, 여기에 특검까지 압박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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