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출국길 부담 키운 변수…자주국방론·관세·트럼프 회동 불투명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9.23 00:05  수정 2025.09.23 00:05

IMF 우려까지 꺼내…대미투자 논란 외교 시험대

트럼프와 정상회담 불발…약식 접촉도 불투명

자주국방론도 파장…주한미군 철수론 비화 우려

"대통령 뭐하나" 야당 맹공…역할론 도마 위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기 위해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자주국방 발언 논란, 한미 관세 협상 교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불발이 겹치면서 출국길에 부담을 더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방미길에 올랐으며, 뉴욕 도착 직후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하는 것으로 3박 5일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23일에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한국 정부의 외교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이 밖에 유엔 사무총장 면담,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정상 등과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다만 이번 유엔총회 참석 중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약식회담과 같은 짧은 접촉이 이뤄질지 역시 불투명하다.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관세 협상뿐 아니라,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로 촉발된 비자 제도 논의까지 겹치며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다음 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당분간 긴장 국면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7월 말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우리 측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 집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가 문서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순방길에 오르기 전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선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대로 투자할 경우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구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 중앙은행이 서로의 통화를 빌려주고 정해진 기간 뒤 되갚는 계약으로, 우리가 원화를 맡기고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일종의 교환 약속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대규모 투자 충격 완화를 위해 통화 스와프를 '안전 장치'로 제안했으나, 미국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관세 협상 교착 상황과 공교롭게 맞물린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 이민 단속과 관련, 이 대통령은 이를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변수로까지 보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근로자에 대한 무더기 구금 사태에 대해선 "가혹한 조치"라면서도 "(미국 행정부의) 의도가 있었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진단과는 별개로, 관세 협상 교착과 조지아주 구금 사태의 여진은 정치권에서 한미동맹 균열 우려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한미 관세 협상을 완전한 실패라고 진단하며 대통령의 역할론에 대해 추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북 경산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과 국민들은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난번 한미 정상이 만났을 땐 도대체 어떤 내용이 오간 건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동차 업계는 벌써 심한 타격을 입고 관세협상이 타결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부품업계에는 그 불안이 더하다"며 "관세협상이 타결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미관세가 일본은 15%로 내려갔는데, 우리는 아직도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며 "만약 이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이제 정부가 결국 '차라리 25% 관세를 감수할지, 안전장치 없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지' 기로에 서 있는 게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제2의 IMF 가능성까지 말하며 재협상을 시도하려 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성급히 구두 합의부터 해 국민과 기업의 불안만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더민초는 서한에서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우리 측에 무리한 투자 조건과 금액을 제시하는 데 대해, 동맹의 가치를 존중해 일방적 요구가 아닌 상호 호혜적 협상 구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우리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동맹국으로서 사과하고, 향후 한국이 투자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비자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출국을 하루 앞두고 쏘아올린 이른바 '자주국방론'도 안보 공방을 불러온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우리나라는 1년 국방비가 북한의 국가총생산의 약 1.4배이고, 세계 군사력 5위를 자랑하며 경제력에서 북한의 수십배에 이르고 인구는 2배가 넘는다"며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굴종적 사고"라고 적었다.


또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식의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징병 병력 수에 의존하는 인해전술식 군대에서 벗어나 AI 전투로봇·자율드론·초정밀 미사일체계로 무장한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국군을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메시지가 외교·통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자칫 주한미군 철수론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고, 한미동맹 균열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곧바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에 나섰고 "한미동맹을 폄하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종용하는 무책임하고 현실인식이 결여된 안보 망언" 이라고 이를 규정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냉혹한 신냉전의 국제정세를 무시, 또는 무식하게 외면한 채 '굴종'이라는 낡고 저열한 프레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흔드는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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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찢점박이 족속들  없는 대한민국에서 살고싶다,
    2025.09.2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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