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늦깎이' 제네시스는 '한복'을 입는다

데일리안 뉴욕(미국) =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9.27 07:00  수정 2025.09.27 08:11

제네시스, 후발주자지만 10년 만에 글로벌 프리미엄 톱10 안착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다도·정원·미디어아트로 한국적 미학 구현

방문객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환대 철학 강조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의 2층 티 파빌리온.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단순한 쇼룸이 아닙니다. 한국적 미학과 환대를 담아, 럭셔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무대죠.”


2021년 11월 문을 연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전시장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이다. 차량을 판매하지 않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차를 ‘구경’하는 대신 브랜드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체험’한다. 다도와 한식, 전통 건축의 미학, 그리고 최첨단 미디어아트까지 어우러진 공간은 자동차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어 ‘라이프스타일 럭셔리’를 구현하고 있다.


후발주자, 10년 만에 성과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건물 전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전통 강자들과 비교하면 명백한 후발주자다. 제네시스는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톱10에 안착했다. 누적 판매 100만대를 8년 만에 달성했고, 두 자릿수 수익성을 확보하며 현재 20여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차량 라인업 확장으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제네시스는 ‘판매’가 아닌 ‘경험’을 앞세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전략을 택했고 브랜드 첫 글로벌 플래그십인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그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은 패션, 예술, 음악, 테크놀로지가 교차하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다. 특히 과거 정육 공장과 창고 거리였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가 지금은 가장 ‘힙한’ 문화 예술 지구로 탈바꿈했다는 점은 후발주자인 제네시스가 럭셔리 시장에서 새로운 서사를 열어가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1층 전시장.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브랜드 관계자는 “기술, 패션, 예술이 융합된 활기찬 미트패킹 지구에 위치한 제네시스 하우스는 문화와 창의성의 교차점에 자리하고 있다”며 “예술, 패션, 음악, 혁신을 선도하는 도시로서, 럭셔리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에서 의미 있는 문화적 순간을 창출하고 모든 방문객에게 세계적 수준의 환대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판매보다 ‘경험’, 차별화의 무기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2층 티 파빌리온.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장과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기존 경쟁사 공간이 주로 제품 전시와 판매에 치중한다면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환대·디자인·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문화적 명소’로서 차별화를 꾀한다.


방문객은 1층 전시장에서 차량을 감상한 뒤, 2층 티 파빌리온에서 다도를 체험하고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기며 브랜드를 기억한다. 지하 1층 ‘셀러 스테이지’에서는 신차 공개나 예술 전시가 어우러지며 단순한 런칭 쇼를 넘어 하나의 미디어 아트 공연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2층 티 파빌리온에서 제공하는 다과세트.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특히 한국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티 파빌리온은 손님을 전통적으로 맞이하던 마루에서 영감을 받아 맞춤형 요와 좌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야외 테라스는 백사와 자갈, 녹음으로 조성돼 한국 전통 정원의 미학을 재현했다.


이 같은 디자인과 공간 연출은 제네시스의 한국적 뿌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모든 경험을 격상시키려는 브랜드 의지를 상징한다. 이 중 제네시스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화는 ‘한국적 환대’ 철학이다.


하우스 곳곳에서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대접 받는다. 레스토랑의 엄선된 식사 경험부터 티 파빌리온의 고요한 분위기, 몰입형 제품 전시장, 고즈넉한 테라스 정원에 이르기까지 방문객들이 속도를 늦추고 깊이 몰입하며 진정으로 환영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2층 테라스 정원.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제네시스는 왜 굳이 ‘판매’가 아닌 ‘문화적 경험’에 투자했을까. 답은 감정적 연결이다. 브랜드는 차량을 파는 대신, 고객이 브랜드와 오래도록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경험은 방문객에게 단순히 차를 본 기억이 아니라,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문화와 환대의 상징’으로 각인시킨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품과 역사를 무기로 삼는다면, 제네시스는 ‘스토리와 경험’을 통해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을 찾은 방문객들은 무엇보다도 주로 공간의 격조 높은 디자인과 분위기에 대해 인상 깊게 꼽는다. 문화적 스토리텔링, 디자인, 따뜻한 환대의 조합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제네시스가 혁신과 한국 문화를 사려 깊게 융합한 브랜드라는 평가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지하 1층 ‘셀러 스테이지’ 영상.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제네시스 하우스는 현지 문화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와 손잡고 신진 AAPI 디자이너를 지원했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투어 무대를 디자인한 에단 토브만, 배우 기네스 팰트로 등 글로벌 크리에이터와도 협업 전시를 펼쳤다.


첼시 뮤직 페스티벌, 더 하이라인과 같은 지역 기반 프로젝트도 이어가며 ‘뉴욕의 문화적 지형도’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3년간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6만5000명을 넘는다. 단순한 차량 전시장이라면 불가능한 수치다.


제네시스 측은 “제네시스가 판매 중심이 아닌 '문화 경험'에 투자하는 이유는 방문객들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 이상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다”라며 “이러한 몰입형 환경은 제네시스를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혁신과 사려 깊은 경험에 뿌리를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하게 해 인식을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