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용우 "산재, 국가가 보상토록 제도 개선하겠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03 07:00  수정 2025.10.03 15:55

이용우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핵심은 예방…사후 불이익 방점 아냐

당정 '엄중 처벌' 예고는 미연에 산재

방지하는 대책 마련 당부하는 시그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1만 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현행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국정기획위원회가 앞서 밝힌 국가책임 강화와 선보상제도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노동 정책의 최일선에 있는 인물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인천 서을)이다. 당내 대표적 노동·인권론자로서 지난 대선에서 당 선거대책위원회 노동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용우 의원은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노동계와 취약계층을 결집시키고, 이 대통령의 노동·안전 공약을 구체화한 핵심 인물이다. 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노동·산재·비정규직 환경 개선 등 관련 입법에 힘을 싣고 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정부와 이 의원이 구상하는 노동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예고하는 등 범부처적 대응에 돌입했다. 산재 근절은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돼야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 산재를 근절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나오는 상황이다.

"산업재해 예방엔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다. 통상 알려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라고 하는 것이 처벌만능주의법은 아니다. 중처법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우선 책임 대상은 경영 책임자 등이고 다음으로는 예방, 즉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건설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과거라면 현장 소장 정도가 책임을 지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책임자가 직접 전사적인 예방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이 중처법의 핵심이다. 사전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경영 책임자가 나서서 전체적인 컨트롤을 통해 산업재해를 마련하라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중처법이든 산재든 모든 것의 핵심은 예방과 관리감독이다. 특히 근로감독관 증원의 핵심은 산업안전감독관 증원에 맞춰져 있다. 현장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을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산재에 접근하는 방식은 사안이 발생한 이후 사후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기보다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초점을 둔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정부 구상과 달리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갈등을 확산시키고, 결국 양측 모두가 피해를 입을 거란 지적도 있다. 근로자의 산재 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사업주와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종래엔 생산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재는 국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업주 입장에서도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업 경영에 있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느 수준까지 관리해야 하고, 패널티를 감당해야 하냐느라고 하는 부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잇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경영책임자나 노동자 모두 같은 입장일 것이다. 서로가 지혜를 모으며 산재 예방문제에 접근한다면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의제들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산업안전 분야에서 접점을 찾아야 것이 시급하다. 때문에 생산성 감소라는 전망을 놓고 노사 간 대립적 의제라고 규정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해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업 경영자도 산재 방지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의견도 풍부하게 듣고, 대화를 충분하게 해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쌍방에 유익하지 않겠나."


Q. 지난해 화재참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대표에 법원이 최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형량이다. 사안에 따라 더욱 무거운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중처법 법정형 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책임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처법이 경영 책임자에 대해 좀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중처법을 실행해 보니 여전히 법원에서의 양형이 경미하다는 게 현재로서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리셀 참사도 따지고 보면 중형이 아니다. 스물세 분이 돌아가셨고, 아홉 분이 상해를 입은 대형 참사다. 아리셀 참사는 중처법 위반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등 각종 법률 위반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나온 양형 치고는 그렇게 세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방식의 중처법에 대한 수사와 기소, 재판들이 누적되고 일정한 방향성을 찾게 된다면, 경영 책임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노동자의 안전의 문제에 대해 본인이 키(key)를 쥐고 챙기겠다는 문화가 자리 잡힐 거라고 본다. 형식이 아닌 실질적 예방 조치들을 강구하는 흐름들이 생겼다고 이야기도 들린다."


Q. 산재 발생시 현행 보상 과정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산재 청구 간소화에 대해 구상하는 대안이 있나. (*현행 산재 발생 보상과정 : 사고발생→산재보험 의료기관 병원 내원→요양급여 신청서작성→공단 업무상재해 여부 조사 및 승인결정→요양및 휴업 급여 등 청구→치료 종결 후 장해 급여 청구 절차)

"산재 보상 승인까지의 전반적 과정을 놓고 봐야 한다. 산재 신청 또는 산재 청구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온라인으로도 신청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처리 과정이다. 산재 보상 승인이 나든, 불승인이 되든 완료 될 때까지가 기간이 상당한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았던 신속 추진 국정 과제 중 하나가 산재 처리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신속 처리 방안 마련이다. 이 내용에 따라 현행 정책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 중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산재 신청 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질병성 재해다. 인정되기까지 평균 기간만 228일이다. 당장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서 급여를 받고 온전한 치료를 받아 재활을 해야하는데 228일이나 결론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임기 중 산재 처리 기간을 '120일'까지 단축해 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업무상 질병 추정 제도가 있다. 일정한 질병, 일정한 업종에서는 여러 요건들, 즉 데이터들이 갖춰지면 우선 업무상 질병으로 추정해 보자는 것이다. 무작정 추정하는 게 아니고 과거에 쌓여 있던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종합했을 때 특정 업종에서 특정 질병이 발생했고, 근무 기간까지 고려해 업무상 질병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일종의 메뉴얼을 근거로 삼는 것이다.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가 있다.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신청이 들어오면 대부분 이 절차를 마지막으로 거치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판정위로 굳이 안 보내도 될 사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업무상 질병 판정제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건들은 이전 단계에서 처리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종합적 산재 처리 기간을 상당 단축하는 신속 추진, 신속 처리 절차를 신속 추진 국정과제로 삼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산재보험 선(先)보상 제도'를 법을 개정해 처음으로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현재 산재 신청 이후 결과가 산재냐 아니냐 확정될 때까지 보상을 해줄 수 없다. 산재 처리가 지연됨으로 인해서 그 기간 동안 아무 것도 보상을 못 받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에 따라 산재 처리 기간을 일정하게 법정화해서 그 법정 기간이 도과되면 우선 보상을 먼저 하고, 결과에 따라 만약 불승인시 선보상에 대한 환수 조치를, 승인시 연장해서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산재보험 선보상 제도의 전제는 산재 신청에 대한 처리 기간 법정화와 법정 기간을 도과시 선보상, 불승인시 환수 조치, 승인시 연장 지급 등을 국정 과제로 담았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대한 책임지고 보장하겠다는 '산재보상 국가책임'을 더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강구를 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정치 현안으로 가보자. 국민의힘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민노총·한노총의 표를 얻기 위해 기업을 옥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타당한가.

"오히려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친기업 편향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노사를 향한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노동계에 할 얘기는 다 한다. 최근 노조의 자녀 채용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강한 질타를 하지 않았나. 그러면서도 필요한 개선, 예컨대 국제노동기준법상 노동 기본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다.


대통령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야 할 부분들은 가자고 하고 또 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있는 배임죄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나. 대통령과 정부가 실용적 측면에서 각각 할 얘기들은 하고, 문제를 가리지 않고 또 필요한 부분들은 또 교차해서 설득도 하면서 가고 있다고 평가해주길 바란다."


Q. 주 4.5일제가 화두다.

"국정 과제에 담긴 내용이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4.5일째 법 개정하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그걸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큰 틀에서 보면 실제 노동시간의 단축이 필요한 건 맞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연간 150시간 정도 많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노동시간의 측면에서 보면 1년 '12개월'이 아니라, 1년 '13개월'이라는 오명을 못 벗고 있다.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우선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시간에 대한 직접적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포괄임금제와 같은 공짜 노동,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쉴 권리가 보장되면 노동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드는 원리다. 특히 한국은 연차 소진율이 굉장히 낮다. 선진국 평균에 비해서도 낮고 기업에서 주어지는 연차 일수 자체도 선진국보다 적다.


그래서 정부는 일단 주 4.5일제와 관련해서는 꼭 필요한 사업장들 중심으로 시범 사업부터 해보자, 예를 들면 야간 근무가 몰려 있는 사업장이라든지, 병원 간호 업무라든지 또 주야 교대 근무 식의 부분들에 대해 양적으로라도 근로시간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후 민간이든 공공이든 성과가 나오면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노력들을 충분하게 강구를 하고 시행을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의 기반들과 환경들이 마련되고, 국민적 공감대들도 일정하게 쌓이면 그때 본격적인 법 개정까지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시범 사업이나 사회적 확산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단계적인 방안으로 주 4.5일제의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Q.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직장에서 안전히 복귀해 가족과 함께 있는 국민도, 재해로 인한 사고에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여당 내 대표적 노동 관련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리셀 참사 1심 부장판사가 양형 이유로 '이렇게 처벌을 한들 스물세 명의 영혼들이, 스물셋의 세계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산재는 불가역적이다. 그래서 당정의 핵심 입장은 경제적 제재에 대한 예고, 엄중 처벌 예고를 통해 산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제발 마련하라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했던 우리 가족이 저녁에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노와 사가 따로일 수 없다. 따로 여서도 안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어느 수준까지 챙겨야 할지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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