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으로 돌아온 청년 이인호 팀장 “어르신들, 농산물 제값 받고 팔 수 있게…”[인터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10.09 09:49  수정 2025.10.09 09:54

27세 청년으로 고향 영암으로 돌아와 소농-고령농 농산물 수매 뒤 유통 판매 지원

군 지원 아래 '남생이사업단' 통해 눈물 머금고 헐값에 판매하는 어르신들 사례 줄여

직거래 장터 넘어 영암몰 등 온라인채널 확대 계획도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 ⓒ 영암군

농정 대전환을 기치로 내건 영암군(군수 우승희)의 농정 혁신 핵심은 농가소득 증대다. 지역 대표 농특산품인 쌀·무화과·대봉감·한우 등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생산에서 품질관리, 유통까지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영암군은 농특산물 유통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지난해 5월 공동브랜드 ‘농부남생이’를 공식 런칭했다. 남생이는 하천·강·호수 등을 서식지 삼아 물과 뭍을 오가며 생태계 균형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토종 민물거북이(천연기념물 453호)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대표하는 개체이자 생태계 회복 개척 생물을 일컫는 깃대종으로 ‘달빛생태도시’를 표방한 영암군의 상징물 중 하나다.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은 영암군 소농과 고령농 등 유통 취약계층의 농산물을 순회·수집해 직거래장터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도 확립하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5월 광주광역시 한 아파트에서 이틀 동안 ‘도시-농촌 상생 한마당 직거래장터’를 열어 72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도시민에게 지역 농특산품을 알리는 장을 넓혀가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 영등포구 등 교류도시를 찾아 영암 농특산물을 홍보·판매하며 특별한 맛을 알렸다. 그때마다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이 맹활약했다.


지난달 영암에서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의 이인호(27) 팀장을 만나 최근 활동과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 이인호 팀장. ⓒ 데일리안


Q. 영암농부남생이마켓단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 영암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은 사회적협동조합 ‘영암지역네트워크’가 주도해 만든 농산물 유통 지원 조직이다. 군내 고령 농민이나 소규모 농가처럼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 농산물을 수매하고, 이를 직거래 장터나 영암몰(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통 모델을 지향한다. 이런 구조를 통해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들도 영암의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 지역 농산물의 가치와 우수성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로컬 농가의 상품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저를 포함해 20대 2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아직 미혼인데 여자친구도 함께 도와줄 만큼 이 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Q.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이인호 팀장은 젊은 청년이다. 더 큰 도시에서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을 텐데 지역으로 돌아와 농부남생이마켓단 활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군 전역 후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결국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귀촌을 선택했다. 또래 친구들 대부분은 도시로 나갔지만, 저는 오히려 지역에 남는 것이 내 인생에서 더 의미 있는 도전이라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농부의 손에 자라며 마을 어르신들이 정성껏 농사짓는 모습을 가까이서 봐왔다. 하지만 1년 내내 고생해 키운 농산물이 정작 판매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도 함께 지켜봤다. 또 어릴 때 할머니께서 방앗간을 운영하셨다. 힘들게 만든 상품(곡물)을 어떻게 하면 잘 판매할 수 있고, 할머니가 고생한 빛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곡물은 판매시기를 놓치면 값이 급락한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당장 생활도 생활이지만,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사례를 줄이고 싶었다.


판로를 못 찾아서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한다. 또는 다른 상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넘기기도 한다. 판매해야 할 농산물을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것은 나에게 큰 책임감으로 남았다. 결국 농부남생이마켓단 활동을 통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지키고 농민분들이 정직한 노력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영암군에서 농부남생이마켓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돼 신청했다.


이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길이다. 어려서부터 무엇이 문제이고 고민인지 많이 듣고 봐왔다. 앞으로도 젊은 세대로서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더해 영암 농산물이 전국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어르신들 반응은 어떤가.


:거동도 불편한 어르신들이 그 무거운 것들을 직접 시장에 들고 나가시는 것도 큰 일인데 젊은 친구들이 직접 찾아와서 가격도 열심히 맞춰드리고 유통을 지원하다보니 많이 좋아하신다. '너무 고맙다'는 말씀도 하신다. 먹을 것도 주고 그러신다. 그러나 처음에는 경계심도 가지고 계시더라. 영암군 사업팀이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돕다보니 어르신들이 경계하기도 한다. 그럴 때 어르신들을 안심시키고 마음을 풀어드려야 한다. 창고정리를 도와드리면서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다든지 꺼진 전등을 갈아드리든지 다가가려 노력한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힘들더라도 어르신들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한다.



Q. 귀촌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시골을 꺼리는 배경에는 ‘재미가 없다’, ‘할 게 없다’, ‘문화생활이 부족하다’ 등의 생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말씀 드리자면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분들이 오면 좋을 것 같다. 곡물이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제가 가장 기분 좋을 때는 내가 심어놓은 것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열매를 맺고, 가을에 추수할 때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았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런 것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Q. 비장한 각오와 함께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청년 덕일까. 1차 수매물량을 도시민에 ‘완판’했다고 들었다.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1차 수매량을 완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희만의 노력이 아니라 영암군 전체가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하며 노력해 온 협동조합 조합원분들과 저와 함께 운영을 맡고 있는 마케팅 팀장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열심히 뛴 결과다. 이 사업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영암군의 농산물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판매처와 직거래 장터를 발로 뛰며 찾아주신 농축산유통과 군청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정말 컸다. 무엇보다 폭염에도 최고의 농산물을 정성껏 키워주신 영암군 농민들이 계셨기에 저희는 소비자 앞에서 당당하게 판매할 수 있었다. 결국 영암군 모두가 함께 만든 사업이기 때문에 1차 수매량을 완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기대되는 효과와 함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1차 수매와 판매를 통해 영암군의 농산물이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로컬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판매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던 농민분들도 ‘우리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소비자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품질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지속 가능한 로컬 유통 구조의 첫걸음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수매 품목을 더 다양화하고, 직거래 장터뿐 아니라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더 많은 영암군 내 유통이 어려운 농가가 이 사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도 꾸준히 넓혀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영암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Q. 활동하면서 어려운 일들도 많을텐데.


: 모든 과정이 사실은 어렵다. 그래도 차근차근 밟아나가다 보니 어려움 속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남겨두면 답이 없다. 일이 어렵다고 해도 하나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깊게 생각하고 힘들어할 시간도 없다. 어르신들은 밤에도 낮에도 잠이 없으시다. 오전 5시부터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때부터 일어나서 응대하고. 일이 있다면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금년은 우리가 인정을 받은 것이 중요하다. 애로사항 등 요구할 부분들은 인정을 받은 뒤에 (군수님께)해도 늦지 않다(웃음).



Q. 군수-군의원 등의 지원도 절실하지만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어르신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


:저희를 손주 대하듯 봐주시는 것은 좋다. 그런 따뜻함은 큰 힘이 된다. 감사하지만 부탁 드리고 싶은 것도 있다. 품질이 너무 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가져갈 수 없다.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다. 군 지원 예산을 받아서 움직이는 사업이라 인원도 한정되어 있는데 어떤 어르신들은 수매량이 적다고 불만을 표출하신다. 형평성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다. 소농, 고령농이 우선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런 반응들을 접하는 것도 저에게는 큰 공부가 된다. 그런 부분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도전 과제가 있다면 말해달라.


: 농산물 유통 사각지대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탄탄하게 확보해 어르신들의 노력이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농가 차원에서 컴퓨터 활용이 어려우니 라벨지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름 없는 농가들에 브랜드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 그런 분들의 이름을 활용한 선물세트도 준비하고 있다. 저희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어르신들도 힘들게 농사지어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열심히 하다 보면 영암남생이마켓이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우수 브랜드로 우뚝 서는 날도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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