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지서 죽기 살기로 탈출했더니…대사관은 "문 열면 와"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10.19 19:47  수정 2025.10.19 19:47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한국인 피해자가 12시간 만에 대사관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

19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피해자 A씨의 영상과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새벽 6시께 프놈펜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사관은 근무 시간 전이라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A씨는 "대사관까지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 "지금이라도 안에 들어갈 수 없느냐", "주차장이라도 좋으니 그냥 머무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이에 대사관 직원은 "저희는 오전 8시에 문을 엽니다"라고 안내했고, A씨의 요청이 계속되자 전화를 다른 직원에게 넘겼다. 그 누구도 A씨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사관 인근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근처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면서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업무를 시작한 대사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A씨는 캄보디아에서 주식 관련 일을 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현지에 갔다가 불법 감금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3000만원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연합뉴스

탈출 시도 직전 A씨는 숨겨둔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 문자를 남겼지만, 대사관 측에서 요구한 사진과 정확한 위치를 보내지 못해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독방에 감금된 상태로 온종일 감시를 받으며 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거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의 감금 소식을 들은 가족이 한국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시 수사기관은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아드님이 납치된 게 아닌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으로 가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한 A씨는 범죄단지 뒷문을 통해 밤늦게 탈출을 감행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걸었고, 총 맞고 죽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으로 탈출했고 밤새 걷고 히치하이킹을 해서 현지인 차를 얻어가며 프놈펜에 있는 대사관에 도착했다"고 했다.


죽기 살기로 범죄단지에서 빠져나왔지만 대사관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낸 A씨는 "시아누크빌에서부터 온몸이 지쳤고, 대사관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 동안 다시 잡힐까 두려움에 떨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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