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1% '통일 필요하지 않다'…모든 세대서 '적대적 공존' 확산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20 14:04  수정 2025.10.20 14:58

통일연구원, 'KINU 통일의식조사 2025 조사'

'통일 필요' 역대 최저·'통일 불필요' 역대 최고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반대 44.6%·찬성 36.2%

韓美관계 악화 전망 4배 증가…北무관심 68.1%

차량이 끊겨 적막이 감도는 경기도 파주의 통일대교 ⓒ연합뉴스

국민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모든 세대에서 적대적 공존 수용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북관계 변화와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한미관계가 5년 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지난 3년 전 조사보다 4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연구원이 20일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5'에 따르면 올해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약간'과 '매우'를 합해 49.0%로 전년 대비 3.8%p 감소하면서 과반 이하로 하락했다. 2014년 통일연구원의 통일인식조사가 도입된 이래 최저치였다.


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영향과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국내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통일 필요성 조사 결과 ⓒ통일연구원

범세대적인 통일 필요성 인식이 저하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통일 인식 저하가 특정 세대 국한이 아닌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층이 낮은 세대별로 보면 △Z세대(52.0%) △밀레니얼세대(54.2%) △IMF세대(55.9%) △X세대(43.6%) △386세대(45.1%) △산업화세대(45.1%) △전쟁세대(41.4%) 등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낮은 세대일수록 적대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세대효과가 관찰됐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적대적 공존에 대한 이념별 선호 차이는 진보는 43.8%, 중도 48.1%, 보수 49.1% 등으로 모든 이념층에서 적대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반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없다'고 답한 응답은 63.2%로 2016년 통일인식조사 문항에 포함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올해는 남북 대화·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이 누적되면서 국민이 전쟁 발발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된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은 2015년 50.8%에서 2025년 68.1%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좋고 나쁨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관심 조사 결과 ⓒ통일연구원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대해선 과반이 찬성(53.8%)했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62.8%, 국민의힘 지지자 46.6%(반대 30.6%), 무당파 46.0%(반대 36.2%) 등이 찬성했다.


스포츠·문화·인적 교류는 찬성이 67.2%로 경제적 부담이나 정치적 민감성이 없는 안전한 형태의 남북 접촉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원은 추측했다.


대북 전단이나 라디오 방송 등, 북한에 대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 수단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지난해 44.0%에서 올해 61%로 급증했다.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이전 정부가 북한에 무인 드론을 보내 남북 간 군사적 갈등을 유발하려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그 위험성을 국민이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질문엔 긍정(36.8%)보다 부정(39.5%)이 처음으로 높아졌다. 북한 경제상황 개선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연구원은 파악했다.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에 대해선 반대가 44.6% 찬성이 36.2%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 기준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 49.1%, 반대 31.9%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찬성 26.1%, 반대 57.5% 였다. 무당파층에서는 찬성 22.1%, 반대 55.4% 로 조사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9.4%가 찬성했다. 다만 올해 조사는 이재명 정부 임기 초에 실시돼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재개 조사 결과 ⓒ통일연구원

미국이 국제 정책을 결정할 때 한국과 같은 국가의 이익을 어느 정도 고려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고려하지 않는다'가 65.7%로 나타났다. 트럼프 1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64.9%)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결과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우방과 동맹에 대한 노골적인 고관세 및 방위비 인상 압박을, 올해 한국인은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난 1년간 한미관계에 대한 평가는 작년(12.7%)보다 23.9%p 급증한 36.6%로 나타났으며 향후 5년 후 전망에서도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2022년 4.8%에서 2025년 20.4%로 약 4배 증가했다.


10년 내 주한미군 철수 전망에 대해선 2023년 4.5%와 비교해 7.8%p 늘어난 12.3%로 집계됐다.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23년 46.5%에서 올해 35.6%로 낮아졌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는데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분의 1이 넘는 34.3%가 분담금을 현 수준에서 줄이는 것을 선호했다.


미북 정상회담 재개에 대해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개에 찬성하는 비율은 18.3%로 나타났으며,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진전 이후(53.3%) △완전한 비핵화 이후(26.7%) △어떤 상황에서도 재개 반대 1.9% 등이었다.


향후 한국은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 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엔 여전히 균형외교가 다수였다. 다만 '미국과 동맹 강화' 선호가 작년보다 11%p 증가한 32%로 집계됐다.


대미·대중 외교 방향은 전반적으로 △미중 사이 균형외교 △미국과 동맹강화 △자주외교 △중국과 동맹강화 순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은 균형외교 선호, 청년·노년층은 미국 동맹 강화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변국 관계 전망으로는 한중·한일관계 개선 기대가 상승했으며 악화 전망은 10%대 초반에 불과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화가 남·두려움·역겨움)은 평균 2~3점으로 중간 수준이었다. 보수층이 다소 높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번 조사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PI)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은 지난 6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른 자료에 근거해 표집했으며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다.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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