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화질에 빠른 응답성…삼성 '갤럭시 XR', 메타·애플과 붙을만?[체험기]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5.10.22 13:05  수정 2025.10.22 13:06

우주비행사 헬멧 닮은 첫인상

손끝으로 포토·영상 자유자재로 편집

제미나이로 실시간 대화·작업 수행

후발주자 삼성, AI·가격 앞세워 메타·애플에 도전

삼성의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 ⓒ삼성전자

'우주비행사용 헬멧'. 삼성의 야심작 ‘갤럭시 XR’의 첫인상이다. '시야 확보'와 '작업 효율'이라는 목적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우주비행사용 장비처럼 갤럭시 XR도 인체공학적 설계에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 강남'에서 열린 '갤럭시 신제품 미디어 브리핑' 현장에서 '갤럭시 XR'을 체험해봤다. 545g이라는 무게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느껴졌는데 개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비행사 헬멧 닮은 첫인상…손끝으로 조작 가능한 가상세계

구성을 보니 디스플레이 오른쪽 상단에 탑버튼이 보인다. 탑버튼으로 화면을 켜거나 조정할 수 있고, 왼쪽 상단의 볼륨 컨트롤을 통해 소리 조절이 가능하다. 측면 '터치 패드'를 이용하면 화면 모드가 자유롭게 전환된다.


헤드셋을 머리에 씌운 뒤 이마 중앙에 맞추고, 뒤쪽 다이얼을 돌려 머리에 딱 맞게 조였다.


시선을 맞추자 눈 앞에 가상 물체가 보였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한 물체를 집었다.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집는 제스처로 눈에 보이는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끌어당겨 옮길 수 있었다.


이 튜토리얼(연습) 과정을 마친 뒤에는 포토 작업을 진행했다. 탑버튼을 눌러 포토 앱을 불러오고,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상단에 '몰입형' 모드를 누르면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변한다. 자연이나 사물이 생동감 있게 변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구현됐다.


다른 사진을 보고 싶으면 책장을 넘기듯 손가락으로 좌우로 밀면 된다.


갤럭시 XR을 활용해 뉴욕의 식당을 찾아가는 모습ⓒ삼성전자

영상도 180도, 360도 모드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를 실행한 뒤 댄스 영상을 하나 클릭하자 걸그룹이 나와 무대를 펼쳤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니 시선이 닿는 곳까지 무대가 이어졌다.


체험을 원할 경우, 삼성 닷컴에서 예약한 후 '삼성 강남'을 방문하면 된다. 저시력 사용자의 경우 도수형 인서트 렌즈를 맞춤 제작해 '갤럭시 XR'에 자석처럼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와 대화하듯 맛집 찾고 영상 만들고

이날 삼성은 신제품 브리핑에서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한 멀티모달 AI 사례를 추가로 선보였다.


브리핑 현장에서 MX사업부 XR UX그룹장 이승민 상무와 MX사업부 이머시브(Immersive) PP그룹 박유진 프로가 무대에 등장해 갤럭시 XR 기기를 착용한 채, 제미나이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여러 작업을 요청했다.


먼저 제미나이를 불러 '맨해튼 브리지'로 안내해달라고 요청하자, 제미나이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도에 띄워드렸습니다"라고 답하며 해당 장소를 보여줬다.


이 상무는 "기기를 통해 실제로 보는 화면은 더 넓은 시야와 높은 해상도를 제공한다. 구글 지도를 탐색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항공뷰와 거리뷰 간 전환이 가능하며 실시간으로 추가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도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 구글의 Vo3(보이스 쓰리)를 통해 즉석에서 음성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동영상을 만들었다.


22일 삼성강남에서 진행된 '갤럭시 XR' 미디어 브리핑에서 MX사업부 XR UX그룹장 이승민 상무(왼쪽)와 MX사업부 이머시브(Immersive) PP그룹 박유진 프로가 '갤럭시 XR'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조선시대 여러 동물들이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신나게 춤추며 파티하는 모습'을 요청하자 몇 분 뒤 기와집 앞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쓴 동물들이 춤추는 모습이 생성됐다. 동물들을 소개하는 방식도 교포 스타일 영어, 한국어 나레이션 등으로 다양하게 요청할 수 있다.


실제 환경 속 사물도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으로 탐색할 수 있다. 이 상무의 안경을 이 방식으로 검색하자 "젠틀 몬스터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를 시청할 때는 마치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NFL(미식축구) 선수 DK 메트캐프(DK Metcalf)와의 음성 통화를 가상으로 시연해, 영상 시청과 음성 통화를 동시에 구현하는 멀티모달 AI 기능을 선보였다.


B2B까지 확장되는 멀티모달 AI 생태계

삼성전자는 B2B 분야에서도 의료, 유통, 제조 등 다른 업종과 기업용 XR 협업을 통해 멀티모달 AI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대표 사례로,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과 '갤럭시 XR'을 활용한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솔루션으로 신입 엔지니어가 '갤럭시 X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선박엔진 검사 등을 충분히 훈련한 후 실전 투입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쿠키 브랜드 '오레오(Oreo)'와 협업한 패키지 디자인 과정도 공개됐다. 실제 매장 환경을 가상으로 시각화해 제품 진열 방식을 조정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시선 추적 기능으로 가상 매장에서 고객과 직접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다.


'갤럭시 XR'을 통해 '조선시대 여러 동물들이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신나게 춤추며 파티하는 모습'을 요청하자 몇 분 뒤 기와집 앞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쓴 동물들이 춤추는 모습이 생성됐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김기환 MX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Immersive solution) 개발팀장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3가지 기술적 특징 ▲상호작용 ▲인식 시스템 ▲편안한 하드웨어를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실제 AI와 대화하는 것만큼의 상호작용을 위해 제미나이를 안드로이드 XR에 탑재했다. 이로써 사용자의 허가 아래 사용자를 대신해 AI 에이전트는 질문을 답변하거나 작업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 환경, 제스처, 시선 표정을 즉각적이고도 정확히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인식 시스템을 재구성했다"면서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며 상호작용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타·애플과 '정면 대결' 본격화…제미나이·가격경쟁력 승부수

'갤럭시 XR'은 이날부터 한국과 미국에 출시되며, 삼성닷컴에서 구매 후 2~3일 뒤 전국 3개 삼성스토어 매장(강남, 홍대, 상무)에서 수령할 수 있다.


가격은 269만원이며, 삼성닷컴에서 구매시 최대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백화점 내 위치한 삼성스토어 4개 매장(더현대서울, 신세계 대전, 신세계 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에서는 현장 주문 후 2~3일 후 재방문해 수령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애플도 'XR 기기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삼성 '갤럭시 XR'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비전 프로'는 1세대 M2 모델과 달리 M5 칩을 적용해 앱과 위젯 로딩 속도, 웹 브라우징 반응성 등 시스템 전반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499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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