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등 3개 분야 근로감독 시행
태안화력 등 15개 업체 대상 실시
모든 공정 대상…야간현장 집중 감독
지난 6월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정비동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노동부는 서부발전과 태안화력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 감독 ▲임금체불·근로계약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하청노동자 불법파견 감독 등 3개 분야의 근로감독을 시행했다.
발전소 전체 포괄 현장감독 실시
산업안전보건 분야 감독은 도급인인 태안화력과 1·2차 수급업체 등 총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발전소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현장 감독을 실시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유사한 작업뿐 아니라 발전소 내 모든 공정을 대상으로 감독했다. 특히 야간 시간대 현장에 대해서도 별도 감독을 병행했다.
노동부는 노동자 면담을 통해 사업장 내 위험 작업 및 시설에 대한 개선 필요사항을 발굴하고, 최근 5년간 원·하청 전반 산재 발생 현황을 조사해 개선 여부를 확인했다. 또 언론을 통해 제기된 산재 미보고 의혹에 대해 사내 방재센터 구급 출동 내역을 전수 확인하고 대조했다.
그 결과 총 379건(산업안전보건법령 40개 조항 위반)은 사법처리됐다. 592건(산업안전보건법령 21개 조항 위반)은 과태료 부과 7억3000만원을, 113건은 개선 요구했다.
관리 분야 위반사항으로, 도급인인 서부발전은 관계 수급인 사업장에 대한 순회점검과 수급인 노동자를 포함한 안전보건점검을 실시해야 하나, 이를 누락하거나 2차 수급인 노동자를 점검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사내 방재센터 구급출동 이력 총 56과 대조한 결과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 사례 1건도 확인됐다. 관리감독자, 근로자 및 유해위험작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안전 분야 위반사항으로, 방호 덮개 등이 설치되지 않은 설비 적발 등이 있었다. 또 방호장치 해체 후 복구 조치 미이행, 설비의 볼트·너트 체결 불량, 크레인 훅 해지장치 미사용, 크레인 이탈방지조치 미이행, 안전인증 또는 안전검사 미실시 사례도 있었다. 추락 위험 장소 안전난간 미설치, 폭발 위험장소에서 비방폭 전기설비 사용 등도 적발됐다.
보건 분야 위반사항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미게시, 경고표지 불일치·소분용기 경고표지 미부착, 특별관리물질 취급대장 미작성, 관리대상 유해물질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사례 등이 적발됐다. 노동자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밀폐공간 출입금지 표지 미부착 및 비상 대비용 미비치 등도 확인됐다. 이 외에도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 미준수, 근골격계 유해요인 미조사, 중량물 취급 안내 미표시 사례도 나타났다.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과소지급 적발…불법파견 인정 사례도
근로기준 분야는 한전KPS와 그 수급업체 2개소, 서부발전과 태안화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감독 결과, 일부 업체에서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5억4000만원 상당 과소지급한 것이 적발됐다. 또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 등의 산정 오류로 인한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의 과소지급(225만원) 사례도 확인돼 시정지시를 통해 전액 청산하도록 했다.
근로계약과 관련해 근무시간 등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실제 근무시간을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 배우자 출산휴가 미부여 등 사례도 적발돼 시정지시를 통해 조치되도록 했다.
노동부는 한전KPS 및 협력업체 2개소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분야 근로기준 감독도 실시했다.
감독 결과, 사망사고가 발생한 선반 작업뿐만 아니라 전기·기계 등 정비 공정 모두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원청 근로자가 작업 내용, 방법 등을 결정하면 하청 근로자는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은 점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포함해 2인 이상의 작업조를 편성·배치하는 등 원청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점 ▲하도급계약에 따른 업무가 원청과 구체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점 ▲하청의 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공간을 보유하지 않는 점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동부는 원청은 한전KPS에 대해 불법파견 근로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원청 대표이사와 관련 협력업체 대표들은 현재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원청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불법파견 사용 책임자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안전개선 위한 구체적 요구 사항 제시
이번 감독에서는 적발된 법 위반사항뿐 아니라 노동자 면담, 감독관의 사업장 평가 등을 종합해 안전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주요 개선요구 사항으로 2인1조 작업 원칙 적용 확대 등이 있다.
현재 태안화력은 밀폐공간, 굴착, 방사선, 잠수 등 10개 고위험 작업을 단독 수행 불가 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 결과 수상 태양광 설비 정비 업무와 같이 익사 위험이 커서 2인1조로 수행하는 작업도 단독 수행 불가로 규정되지 않았다.
또 2019년 태안화력 사고 관련 판례에서 작업자가 신체를 기계 내부에 밀어넣을 필요가 있고, 협착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작업으로서 혼자서는 비상정지가 불가능한 작업을 2인1조로 수행할 필요가 있는 작업의 특성으로 판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작업들은 단독 수행 불가 작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당국은 과거 산재 발생 사례와 현장 실태를 토대로 2인1조 작업이 필요한 위험 작업을 추가 발굴하고, 이를 지침에 반영해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공동작업장 관리도 강화된다.
태안화력의 작업 특성상 소속이 서로 다른 노동자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일정 조율이나 위험성 확인, 안전조치 협의 등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혼재 작업시 위험성평가, 일정 조정, 안전조치 협의 절차 등을 안전보건관리규정에 명확히 포함시켜 공동작업장 내 관리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했다.
안전보건관리규정도 정비했다.
서부발전 안전보건관리규정은 안전·보건 관리자 직무를 규정하면서도 ‘전담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실제 선임된 안전관리자가 전담 수행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전담 의무 조항을 명확히 반영하고 안전보건관리자가 타 부서 업무를 수행하거나 겸직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소화설비 보강, 비상구 안내표지판 정비, 설비 정비용 계단 출입금지 보완 등 현장에서 즉시 개선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폭염작업 시 온열질환 예방대책 보완, 밀폐·화기 작업 등 위험 작업에 대한 감시자 전담 배치 제도 마련 등 온열·질식 재해 예방과 관련한 관리체계 강화도 함께 조치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태안화력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한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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