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채권 추심명령·압류에도 제3채무자에 소송 가능"…대법, 25년 만에 판례 변경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0.23 18:34  수정 2025.10.23 18:35

"채무자의 피압류채권 이행 소송 제기, 자신의 권리 행사하는 것"

반대 의견 나오기도…"추심채권자 권리 실현 보장 어려워져"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채무자가 제3채무자(채무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제3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내려졌다.


추심명령이나 압류가 있으면 채무자는 해당 채권에 관한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로서 적법한 자격을 잃는다는 기존 판례가 25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3일 건설회사인 A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이행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을 상실한다고 볼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대법관 다수 의견에 따라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A사가 B씨를 상대로 공사대금 등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3911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A사의 채권자인 C사가 추심명령을 받아내고, 과세당국도 체납액 징수를 위해 압류에 나섰는데 기존 판례에 의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채무자는 해당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적법한 자격)을 잃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지난 2000년 4월 내렸던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 현실로 급부(채권 관계에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이행해야 하는 일정한 행위나 재물)를 수령하는 것이 아니므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따.


채무자의 권리 보호 측면에 관해서는 "추심명령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추심채권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며 "채무자가 이행 소송에서 받은 패소 확정 판결의 효력이 추심채권자에게 미치게 되더라도 그것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채무자의 다른 재산을 찾아 다시 강제 집행을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 소송의 본안 판단에 특별한 잘못이 없고 추심채권자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에서 추심명령에 따라 소가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쟁 해결만을 지연시킬 뿐 추심채권자의 이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노태악 대법관은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유지한다고 보면 추심채권자의 추심 권능에 중대한 제약이 초래되므로 추심채권자의 권리 실현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민사집행법 취지에 반한다"고 유일하게 판례 변경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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