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남아 주요 4개국과 무역합의…中 견제 강화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27 06:52  수정 2025.10.27 07:12

트럼프, 태국·캄보디아 간 휴전협정 서명식도 주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 중 환하게 웃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 4개국과 무역 및 핵심 광물 관련 협정을 맺었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희토류 수출통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와 관세를 확정하고 비관세 분야 장벽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경제 안보와 수출 통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동남아 주요 4개국과의 공조 수위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첫날인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중 말레이시아·캄보디아 정상과 ‘상호 무역협정 합의’를, 태국과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상호 무역협정 프레임워크 합의’ 각각 체결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은 세 나라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을 19%로 유지하되, 일부 품목은 단계적으로 ‘무관세’(0%)를 적용할 예정이다.


베트남과도 ‘상호 무역협정 프레임워크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의 대미 수출품에는 2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1230억 달러(약 177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크게 늘려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태국·말레이시아와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희토류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으로의 핵심 광물 및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거나 쿼터(수출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조치가 미가공 광물에만 적용되는지, 정제된 희토류에도 해당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1610만t 규모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자원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정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가공 광물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카자나 나시오날과 함께 희토류 정제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무역 협정에 따라 동남아 4개국은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미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 무역과 서비스, 투자, 노동권 보호, 환경 보호 강화 등 다양한 분야의 약속도 포함됐다. 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은 미국 자동차 안전 및 배출 기준을 자국 내 판매 차량에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세계적 할랄 인증 선도국인 말레이시아는 미국산 화장품·의약품 등의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텡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무역장관은 “말레이시아는 항공우주 장비와 제약 제품, 팜오일·카카오·고무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자국 수입품의 99%에 대한 관세장벽을 철폐하고, 미국의 통신 부문 투자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태국과 미 기업 간의 새로운 상업 협력도 다수 추진 중이다. 양국은 해마다 26억 달러 규모의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박 수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188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항공기 80대와 연간 54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를 구매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운데),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캄보디아 휴전협정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경 지대에서 교전을 벌였던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휴전협정 체결 서명식도 주재했다. 그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함께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문에 공동 서명했다.


이 협정은 지난 7월 트럼프가 중재해 성사된 국경 충돌 휴전 합의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캄보디아 측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행정부는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다”며 “이렇게 빠르게 합의를 이끌어낸 데 모두가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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