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北김영남 사망에 조의…"남북대화 물꼬 트는데 기여"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1.04 11:32  수정 2025.11.04 11:34

통일장관 "부고 접하고 애도의 뜻 표한다"

7년전 평창 방남…'북한 대외용 얼굴' 평가

3대 세습 동안 혁명화·좌천 한번도 안 당해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방남 당시 통일부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의를 표명했다.


정동영 장관은 4일 오전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조의문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를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김영남 전 최고위원회 상임위원장 사망 관련 통일부 장관 명의의 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통일부 장관 명의의 조의문을 전통문으로 발송한 경우가 3차례 있는데 현재 남북 통신선이 중단돼 북측에 발송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정부는 연형묵 등 북측 고위인사의 사망 때 조전(전통문)을 세 차례 북측에 발송해 조의를 표명했으나, 이번에는 북한의 남북 통신선 단절로 통일부 대변인이 장관의 조의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명했다.


앞서 2005년 북한의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와 2006년 임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숨졌을 때는 장관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권호웅 내각참사에게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또 2015년 12월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사망시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측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 앞에 전통문으로 조의를 표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2010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시 류우익 통일부 장관 명의로 담화문 발표한 사례도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조의를 표하거나 조전을 전달할 가능성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충분히 우리의 뜻이 이 형태로도 전달된다고 본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얼굴' 역할을 맡았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암으로 사망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고위 간부라면 누구라도 한 번씩 경험하는 그 흔한 좌천과 '혁명화'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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