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발 RWA 쇼크…은행권, 자본 건전성 확보 '골머리' [고환율 비상사태]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1.11 07:11  수정 2025.11.11 19:10

환율 10원 오르면 CET1 0.03%p '뚝'

생산적 금융에 위험가중자산 이중고

충당금 부담에 수익성·배당 여력 악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은행권의 자본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면서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은행들의 딜레마가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5.5원 내린 1451.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28.5원 급등하는 등 최근 원·달러 환율은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146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극대화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지난해 계엄사태 이후 기록한 1480원대까지 단기간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즉각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의 지난 9월 말 기준 CET1비율은 12.92~13.83%로 집계됐다.


KB금융이 13.83%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이 12.92%로 뒤를 이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달러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자동적으로 불어난다.


RWA의 분모 값을 키워 분자인 자본이 그대로일 경우 CET1 비율은 하락한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은행의 CET1 비율이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은행은 조 단위의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수 천억원의 자본이 증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특히 생산적 금융 확대 압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은행의 부담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자금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루트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생산적 금융을 은행권에 강조해 왔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은 향후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생산적 금융의 기반이 되는 기업대출이나 벤처캐피털 등 모험자본 공급은 모두 RWA가 높게 산정되는 항목이라는 점이다. 가계대출에 비해 신용 위험이 크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RWA가 이미 불어났는데, 정책적 요구에 따라 RWA가 큰 내부 자산을 추가로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부실 증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한계기업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손실흡수능력 확보 차원에서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고, 적립된 충당금은 은행의 당기순이익에서 차감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결국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 여력이 축소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밸류업의 핵심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인데, 현재 상황에선 은행주가 자본비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당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상황"이라며 "생산적 금융을 늘리면서 동시에 밸류업까지 목표로 잡기엔 과다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이나 포용금융 등 출혈도 많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 수준이 건전하기 때문에 큰 우려는 안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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