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영장심사'에 국민의힘, 숨 죽이는데
'김건희 명품 의혹' 터지며 당내 우려도 고조
도덕성 뭇매 차단 위한 '尹선긋기 주장' 나와
"당 지도부, '특검 대응 전략' 필요" 목소리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휘몰아치는 특검의 칼날에 긴장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이 의원들을 향해서까지 확산되고,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특검의 수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내에선 3대 특검의 무도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대(對)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여야는 10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오는 27일에 표결하기로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3일에 (추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표결 해제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추 의원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의결돼야 한다. 추 의원이 직접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한데다, 범여권이 190석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체포동의안이 넘어가 영장 실질 심사에서 추 의원이 구속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영장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추 의원이 구속될 경우엔 범여권이 밀고 있는 '내란프레임'이 강해지면서 내년 6·3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추 의원의 구속 여부에 따라 민주당에서 정부를 향해 '위헌정당 해산심판청구'를 요청할 수 있는 만큼 당의 존립 여부도 위협받을 수 있단 우려까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추 의원이 구속된다면 우리나라 법치가 무시당하고 망하는 것"이라며 "우리(국민의힘)은 이 상황이 얼마나 부당하고 말이 안 되는 것인지를 계속 알리면서 영장이 기각됐을때 민주당과 특검에 불수 있는 역풍을 가속화 할 수 있도록 계속 (여론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 큰 문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나오면서 여론이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김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6일 김 여사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로저비비에 손가방을 발견했다. 해당 손가방은 지난 2023년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됐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가 김 여사한테 선물했던 것이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서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내용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이 당선되도록 지원한 데 따른 답례로 가방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 변호인단은 "당시 신임 여당 대표 측에서 대통령 배우자에게 인사를 전하고자 100만원대 클러치백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사회적·의례적 차원의 선물로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대가성을 부인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은 총 8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재미 목사 최재영 씨에게서 2022년 9월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수수한 것은 물론 △2022년 4~8월 인테리어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이 김 여사에게 공사 수주 명목으로 전달한 '디올 3종'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전달한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3개, 샤넬 구두 1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전달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다이아몬드 미니 귀걸이' △로봇개 사업자 서성빈씨가 전달한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이 터지면서 당내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확실히 선을 그어 도덕적인 부분에서의 흠결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정치적으로 터트리긴 하지만 김 여사가 명품을 받았다는게 터져나올수록 국민들에겐 그 내용이 자극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윤 전 대통령 부부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현실적으로 (특검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규탄대회나 항의방문 정도인데, 이거라도 해서 우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싸우는지를 알려야 한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해야 한다는 얘기가 무슨 이유로 나온단 건 알지만 당 지지층을 생각하면 갑자기 방향을 틀기에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 지도부가 양쪽 의견을 담은 전략을 고민해 실행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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