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모두가 즐기는 콘텐츠 ‘절실’…‘듣는 소설’이 선목표 [‘장벽’ 없는 독서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1.18 14:19  수정 2025.11.18 14:19

오디오북 서비스 확대 반갑지만

아직 부족한 대체 자료 비율

예쁜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서점에서 책의 촉감을 느끼는 것은 독서의 매력이다. 그러나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만져서 독서하고, 귀로 들으며 읽는다. 타인이 읽어주기 전까지는 독서할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의 독서 폭이 한층 더 넓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최근 가장 많이 선택하는 독서 방식은 오디오북이다. 오디오북은 글로 쓰인 책 내용을, 말 그대로 ‘귀’로 듣는 것을 말한다. 낭독자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낭독하기도 하지만, 독서 플랫폼 윌라, 밀리의 서재 등이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제작하며 배우나 성우들이 실감 나는 연기로 책 내용을 완성도 높게 전달하기도 한다.


야외도서관에서 독서하는 시민. 기사 내용과는 무관ⓒ뉴시스

장애의 정도나 연령 또는 선호도에 따라 다르지만, 오디오북은 사람 목소리로 전달돼 편안하고, 친근하게 책을 접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조사한 2024년 장애인 독서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오디오북 전체 이용률은 12.8%로 가장 높았다. 보관과 휴대가 편리하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서 종이책보다 선호도가 높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출간된 책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을 넘어, 아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처음부터 ‘듣는 소설’로 기획되기도 한다.


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에서는 김금희 작가가 쓴 ‘첫 여름, 완주’를 오디오북으로 출간했는데, 상처받은 이들이 시골에서 서로 보듬으며 치유하는 과정을 마치 희곡처럼 풀어쓰며 오디오북 제작의 재미, 완성도, 용이함을 모두 갖췄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박정민이 그들에게 ‘먼저’ 책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제작한 것으로, 오디오북 녹음에 배우 염정아, 고민시, 김도훈, 최양락 등이 참여해 듣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배경음, 효과음까지 공들여 담아내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독자들도 ‘첫 여름, 완주’를 즐길 수 있는 시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시니어 독자들을 아우르는 큰글자 도서 제작도 전보다 활발해졌다. 전자책 출간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글자의 크기를 확대할 수도 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큰글자 도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아, 아직 수익을 낼 만큼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도서관협회의 큰글자책 제작 및 보급 사업을 통해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총 340종(17만여 책)의 큰글자책을 전국 공공도서관에 보급했으며, 교보문고 기준 2019년 576종이었던 큰글자책 출간 종수는 2020년 1042종, 2021년 1410종으로 매년 늘어나 ‘큰글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커진 필요성에 출판 업계도 관심을 보인다.


이 외에도 출판사가 책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북트레일러에 음성, 수어, 자막 등을 추가해 ‘모든’ 사람이 함께 시청하는 등 독서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진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점자책이나 오디오북 같은 대체 자료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책 가운데 대체 자료로 제작되는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참고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대체 자료 제작 비율이 30%를 넘는다.


윌라, 밀리의 서재 또한 개별 출판사들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는 이를 채우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도서관이나 비영리 법인 단체 등에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최소한의 비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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