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 화답할지 주목…호응 가능성은 낮아
한미 팩트시트 아팠나…北 '비핵화'에 강력 반발
통일부 "기존 입장 반복하는 수준…수위 조절해"
서부전선 GP 일대서 작업하는 북한군 모습 ⓒ합동참모본부
우리 군 당국이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공식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공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번 주 뒤늦게라도 침묵을 깰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발표한지 나흘 만에 북한이 날 선 반응을 보이면서 전략적으로 수위 조절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北에 대화 제안했지만…현재까지 '무응답'
18일 국방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첫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으나 북한의 특별한 반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지난 17일 대북 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국방부는 MDL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북한군이 작업을 하다 MDL을 침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한 1200여개의 MDL 표식물 중 200여개만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 간 긴장완화는 이재명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는 남북관계에서의 주요 목표다.
일단 북한은 우리 정부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만일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으면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단절된 남북 소통채널이 부활하는 셈이다.
남북은 과거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통신선 등 3개의 연락채널을 유지해 왔지만, 북한은 2023년 4월 7일 이후 모든 채널을 끊어 2년 넘게 소통 단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후 남측 수석대표 김도균 소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안익산 육군 중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북한이 우리 제의에 호응하더라도 의제나 형식 등을 놓고 수정제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당장 군사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이 군사적 긴장상태에 접어들면서 성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내년 한미연합 훈련 이후에 다시 기회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두 국가 정책'에 따라 우리 측 대화 제의 무시 혹은 거절이 예상된다"며 "만약 북한이 반응하면 외무성이냐 국방성이냐에 따라 남북 카운터파트 탐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군사분계선 기준선 재설정'이라는 의제 자체가 북한이 굳이 나서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 간 이견이 뚜렷한 데다,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얻을 실익이 크지 않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유인이 약하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의 국경화를 위한 작업 활동으로 벌어지는 남측의 경고사격이기 때문에 남측이 조장하는 위협이지, 당장의 충돌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화에 응해야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12월 중순 당 중앙위 전원회의, 내년 1월 9차 당대회, 내년 상반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를 법적·제도적으로 확정하는 조치를 매듭 지을 가능성이 높아, 이 시점에 북한이 남측과 대화에 응하는 것은 향후 북한 정치 일정과 전략적 기조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 반발…韓원잠 승인에 "핵무장 포석"
부산에 입항한 미 핵추진잠수함 컬럼비아함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약 3900자 분량의 장문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대부분을 문제 삼았다. 특히 설명자료에 '북한 비핵화'가 명시된 데 대해 "우리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못 막았다. 특히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 표현을 혼용해 온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 결과물에서 '북한 비핵화'가 명시되자 북한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연구위원은 "핵 보유국 인정 문턱에 제일 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기존 비핵화 원칙 포기 및 핵보유국 인정 여부가 미 행정부의 협상 의지와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 또는 '문턱'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미 간 안보 협력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동의한 것에 대해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것이라며 "미국의 위험천만한 대결기도를 직관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에 대해서는 "조선반도지역을 초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전 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발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서 이것은 불피코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종속된 남한과 달리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국의 안보와 주권 수호를 위해 더욱 강경한 조치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며 "북중러 연대도 더욱 강화할 명분과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팩트시트와 SCM 공동성명에 대한 입장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상 등 고위 당국자 명의의 공식 담화가 아니라 논평 형식으로 내놓은 것은 대외 메시지의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용적으로 비핵화나 한미연합훈련, 한미협력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한미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고, 비난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내용"이라며 "차분하고 절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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