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로 시험한 ‘데스노트’의 10주년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18 08:41  수정 2025.11.18 08:41

2026년 5월 10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뮤지컬 ‘데스노트’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천재적인 두 캐릭터, 라이토와 엘(L)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이름을 적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데스노트’를 둘러싼 선과 악, 정의와 심판의 경계를 치열하게 파고든다. 2015년 월드 프리미어 이후 국내 대형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번 시즌은 그간 작품을 이끌어왔던 상징적인 캐스트 대신 새로운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오디컴퍼니

익숙하고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하지 않은 새 얼굴로의 전환은 제작사가 선택한 ‘도전’이자, 필연적으로 관객들의 우려를 동반했다. 그러나 조형균(라이토)과 김성규(엘)의 페어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작품의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잡았다.


조형균은 라이토를 고뇌하는 천재보다는 목표 지향적인 심판자의 면모로 더욱 부각한다. 흔들림 없는 탄탄한 가창력과 냉철한 표정 연기는 극 전체를 팽팽하게 이끌어간다. 특히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후 범죄자들을 처단하며 키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강렬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어, 광기로 치닫는 라이토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에 맞서는 김성규의 엘은 날카로운 지성미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더했다. 기존 엘이 보여주던 기이함과 비정형성을 유지하되, 라이토와의 대결 구도 속에서 엘이 느끼는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뇌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뮤지컬 무대에서의 깊은 내공을 바탕으로 한 그의 해석은 라이토와의 긴장감 넘치는 두뇌 싸움을 더욱 몰입도 있게 완성한다.


ⓒ오디컴퍼니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 점이다. 또 다른 라이토 역의 김민석과 임규형, 엘 역의 산들과 탕준상 등 새로운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과 음악적 스타일을 입혀 캐릭터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김민석은 우려 속에서도 차분하고 정교한 보컬로 라이토를 새롭게 해석해냈다는 평을 얻었고, 탕준상은 영리하고 젊은 엘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며 미래 가능성을 입증했다. 렘 역의 이영미와 장은아, 류크 역의 양승리와 임정모 등 조연들의 굳건한 존재감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데스노트’가 10주년을 맞아 뉴 캐스트를 대거 기용한 전략은 성공적인 시험으로 기록될 만하다. 실제 초반 ‘뉴 페이스’들을 낯설게 느꼈던 관객들도 새 배우들의 매력을 발견하면서 ‘N차 관람’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히 흥행을 넘어, 작품이 특정 배우의 상징성이나 인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인 생명력을 갖췄음을 입증해낸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배우들에게 대형 무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캐릭터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뮤지컬 시장에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캐스팅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이번 ‘데스노트’ 시즌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에 긍정적인 답을 제시한 셈이다.


‘데스노트’는 내년 5월 10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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