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특검 정국 속 대장동 항소 포기 여진 이어져
전선 사법 불신에서 '검찰 책임론'으로 이동
'대장동 물타기' 우려도 정치권 일각서 제기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불기소 외압' 의혹 상설특검을 전격 가동하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전보 검토까지 나서면서 정국은 사실상 '반(反)검찰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가동 중인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에 더해 네번째 특검까지 돌아가는 초유의 '4특검 정국'이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중동·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특검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국회가 추천한 '관봉권·쿠팡 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 후보자 중 안권섭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이번 순방의 첫 기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특검은 서울고검 공판부장과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검사 출신으로, 상설특검법에 따라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장 90일간(한차례 연장 가능) 의혹 수사에 착수한다.
안 특검은 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한국은행 관봉권 5000만 원어치를 포함한 현금다발을 확보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해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경위를 조사하게 된다.
아울러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한 외압 의혹을 수사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인 엄희준 당시 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단 폭로를 한 바 있다.
두 사안 모두 '검찰 내부의 행위'가 문제가 된 케이스다. 이 때문에 출국 직전 이뤄진 이 대통령의 특검 임명 발표는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검찰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을 낳았다.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검찰 조직의 반발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몸통이 이 대통령이라며 "7400억 원에 달하는 범죄수익을 환수해 국고로 돌려놓아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내부에서 항소 포기 결정을 문제 삼는 반발 움직임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대장동 국면에서 검찰을 정조준하는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 내부의 동요를 정부가 '기강 문제'로 바라보는 흐름도 감지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기류는 네 번째 특검의 방향성과도 맞물린다는 지적이다. 네번째 특검의 성격은 현재 가동 중인 3개 특검과 분명히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보수 진영 전반을 겨냥한 구조라면, 이번 관봉권·쿠팡 상설특검은 타깃 자체가 '검찰 조직 내부'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앞선 3개 특검이 검찰이 특정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중립성 측면의 불신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관봉권·쿠팡 특검은 검찰의 증거 처리·지휘 체계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사건이다. 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특검의 전선은 '사법 불신'에서 '검찰 책임론'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논란의 책임이 검찰 조직 내부에 있다는 점을 부각해 이번 집단 반발의 정당성을 희석시키려는 흐름"이라며 "검찰들이 지금까지 잘못을 해놓고 왜 그러느냐라는 여론을 만들어보려는 것이 아니냐"는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대장동 물타기가 될 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장들이 사의 표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사표 수리를 보류하는 대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이 사의를 밝힌 데 대해 "이 사퇴는 수리하면 안된다"며 "당에서 요구한 대로 징계 절차를 밟아 집단 항명을 추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검사도 파면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사징계법 폐지안'을 두고 '검사 입틀막 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선 "검찰개혁이 화두로 들어와 있는 것에 대한 원인 제공은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최근 '신상필벌' 언급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출국 하루 전 X(구 트위터)에 공직사회 혼란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내란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면서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적었다. 이어 "설마 '벌만 주든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반문했다.
표면적으로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12·3 비상계엄' 가담자 색출 작업과 적극행정 장려 조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염두에 둔 메시지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검사들의 잇단 반발과 정부의 검사장 징계·전보 검토가 이어지는 국면과 맞물리며, '신상필벌' 언급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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