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옥죄기’ 여파…은행 연말 대출 창구 사실상 닫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1.21 07:37  수정 2025.11.21 07:37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전세대출 선제 중단

빚투·풍선효과 여전…연말 수요 몰리며 총량 압박 지속

“반복되는 대출 중단 사태에 실수요자 자금줄만 죄는 부작용 커”

은행들이 연간 총량을 넘지 않기 위해 연말 들어 대출 접수를 잇달아 차단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연말 들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요 가계대출 취급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묶는 총량 규제가 유지될 예정인 가운데, 은행들이 연간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대출 마감에 들어간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은행권과 내년도 가계대출 공급 계획 조율에 착수한다.


올해와 같은 고강도 억제 기조가 유지될 전망으로, 특히 올해 스스로 세운 대출 연간계획을 넘긴 은행에는 내년 총량을 더 줄이는 페널티가 부과될 방침이다.


통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간 계획은 연말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다음해 2월께 확정된다.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금융당국 역시 내년에도 엄격한 총량관리를 기본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은행들은 연간 총량을 넘지 않기 위해 연말 들어 대출 접수를 잇달아 차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5일부터 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신청일 기준 12월말까지 대출실행건에 한해 신규 접수를 전면 중단한다. 다만 내년도 실행예정건에 대해서는 정상 접수가 가능하다.


이미 지난달 20일부터 대출모집인(대출 브로커)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를 막았고, 여기에 영업점 창구까지 닫아 사실상 연내 가계대출 취급을 멈추는 셈이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대부분 올해 배정된 한도를 채운 상태로, 내부적으로는 ‘연말 대출 영업 종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온라인) 주담대는 소량의 한도가 남아 가능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이마저도 곧 소진돼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 규제 때문에 지점별로 남은 한도를 빡빡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대출모집인 채널을 조기에 막은 데 이어 영업점도 순차적으로 중단하는 등 사실상 연말 대출 영업이 종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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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일부 은행들이 총량을 초과해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하반기 들어 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조이는 방식으로 겨우 연간 목표를 맞추고 있다.


문제는 10·15부동산 대책 이전에 체결된 주택거래가 연말 집계에 반영되면서, 11~12월 대출 증가율이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규제 풍선효과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는 사실상 즉시 조정이 어려워, 은행들은 신규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연말 총량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연말마다 대출 중단 사태가 반복되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줄만 죄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연말마다 대출 마감이 반복되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잔금일이 임박해 대출 실행이 필요한 차주들이 거의 없다고 보지만 연말 한도 소진에 막혀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량 규제는 숫자만 맞추면 되는 방식이라 실수요자의 사정이 반영되기 어렵다”며 “집값을 잡기 위해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 처방일 뿐,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경로가 막히고 주택거래 연착륙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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