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무장…중동서 열린 K-방산 '영토 확장전'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1.23 07:00  수정 2025.11.23 07:16

유럽·중동 전력 공백 심화…한국산 무기 경쟁력 부각

공동개발·현지 생산·제3국 진출로 수출 모델 다변화

한화에어로 등 단발성 수출 넘어 확장형 파트너십 주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 심화로 글로벌 재무장이 상시화되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기회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 심화로 글로벌 재무장이 상시화되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기회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정부가 외교 무대를 중동·아프리카로 확장하는 가운데 K-방위산업은 단순 수출을 넘어 공동 개발과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진출을 포함한 ‘확장형 수출 전략’에 본격 착수했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방산이 최근 10년여 만에 주요 무기 수입국에서 글로벌 공급국으로 위상이 전환되면서 새로운 전략적 분기점을 맞고 있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이 전력 공백 해소를 위해 대규모 조달을 서두르는 흐름이 맞물리며 한국 기업들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17일부터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첫 중동 순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약 150억 달러(22조원) 규모의 방산 사업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양국은 공동 개발·현지 생산·3국 공동 진출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은 ‘완성형 가치사슬 모델’을 구축하기로 합의하며 방산 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기업들의 현지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일 ‘두바이 에어쇼 2025’에서 UAE 국영 방산기업 에지(EDGE) 그룹과 공동 투자·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 인공지능(AI) 기술 협력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에지 산하 플랫폼앤시스템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며 중동 시장에서 항공 플랫폼 수출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UAE 방산업체 칼리두스와의 MOU를 토대로 통합 방공망 구축 사업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최초로 UAE에 중거리 대공 미사일 천궁-II를 수출한 데 이어 추가 사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집트와의 협력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추진과 함께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방산의 경우 구체적 수출 확대 품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기존 K-9 자주포 공동 생산에서 FA-50 고등훈련기,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 역시 K-방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군사 압박 속에서 자국 방산업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외부 조달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차 연간 생산량이 약 50대, 자주포는 6대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는 월 100대 이상을 생산하는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장기화하며 사우디·이라크·UAE 등에서 전력 현대화 수요가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에서는 지상무기 교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대감과 방공망·전투기 분야에서도 추가 수주 기회가 있다”면서 “이라크는 전차에 대한 긴급 소요를 해소할 수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 유일한 만큼 내년 초 현대로템의 약 9조원 규모 K2 전차 수출 계약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환경 변화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방산 업체들은 단순 판매 중심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기술 이전·공동 개발 방식으로 수출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선호하는 장기 파트너십 구축 방식과도 부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은 과거 일회성 조달 중심 시장이었지만 한국 무기체계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중장기 개발 파트너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현지화와 공동 개발 모델을 얼마나 적절하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확장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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