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덕 전 부사장 등 50대 임원진 절반 가량 사직
고문 위촉 관행 없어, 빠른 퇴사에 업계는 '이례적'
오너 4세 윤인호, 성과 중심 친정 체제 굳히기 나서
동화약품 C.I ⓒ동화약품
국내 최장수 제약사 동화약품이 오너 4세 윤인호 대표 체제 아래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최근 주요 임원진이 회사를 떠나면서 40대 초반인 윤 대표를 중심으로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50대 임원 절반 가량이 지난달 말 회사를 떠났다. 회사는 이들에게 지난 10월 퇴사를 요구하며, 11월까지 자리를 정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견급 이상의 기업에서 임원 퇴임 시 고문·자문역으로 위촉해 1~2년의 예우 기간을 두거나, 적어도 몇 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번 퇴직 명단에는 윤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인덕 해외 부문 총괄 부사장도 포함됐다. 이 전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 CJ제일제당 등을 거쳐 2018년 동화약품에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했다. 이 전 부사장은 2023년 베트남 약국 체인 업체인 중선파마의 인수합병을 주도, 윤 대표를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부사장의 퇴임 배경에는 중선파마의 실적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화약품은 중선파마 인수 이후 점포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공격적인 확장을 단행했음에도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선파마의 지난해 순손실은 72억원, 올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63억원에 달한다.
‘50대 임원’ 떠난 자리 ‘실무진’으로 채운다
이번 인사는 즉각적인 계약 종료 형태를 띄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제약 업계에서 퇴임 임원을 고문 등으로 선임해 예우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2년 연구개발 부문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온 권세창 대표와 이관순 부회장의 퇴임을 알리며, 이들을 후방에서 지원을 이어가는 고문으로 위촉한 바 있다. 대웅제약의 이종욱 전 부회장도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 고문으로 위촉돼 2년간 회사를 도운 바 있다.
동화약품의 이번 세대교체 방식과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특정 시점에 다수의 임원에게 퇴직을 요구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구체적인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지만, 방식이나 규모 면에서 업계 관행상 이례적인 사례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회사든 세대교체 차원에서 큰 폭의 임원진 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오랜 기간 핵심 포지션에서 회사에 기여한 이들을 별다른 예우 없이 하루 아침에 내보낸다면 기존 구성원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나 업계의 생리로 봤을 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제약사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등기 임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법적 지위가 달라 해고 통보 기간 등 계약 조건이 상이하게 적용된다”며 “외부 시선으로는 제약사의 처우가 야박해 보일 수 있으나, 퇴직 임원에 대한 보상이나 예우는 어디까지나 회사의 재량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동화약품 윤인호 대표 ⓒ동화약품
지난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윤 대표는 40대 초반의 ‘젊은 오너’로 현재 전문 경영인인 유준하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윤 대표 체제에 발맞춰 이뤄진 동화약품의 ‘세대 교체’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도 동화약품은 지난 20일 단행한 정기 임원 승진 인사에서 김명훈 ECT부문 종합영업부 영업부장, 신현규 OTC 마케팅부문 부문장 등 실무 책임자들을 대거 이사로 승진시켰다. 중선파마 등 베트남 사업을 총괄할 베트남 대표사무소장 자리에는 구형모 전무를 선임했다.
이는 고액 연봉의 고위 임원들의 퇴임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윤인호 대표가 직접 컨트롤하기 쉬운 젊은 임원들로 구성된 새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각의 추측들은 확인이 불가하다”며 “(이번 인사 변화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고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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