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마다 항생제 찾던 습관…잘못된 상식이 만든 악순환 [항생제 내성②]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1.22 10:00  수정 2025.11.22 10:00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항생제를 감기약처럼 생각하는 인식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감기 증상이 시작되면 항생제를 먼저 떠올리거나 회복을 앞당기는 약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내성 위험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감기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흔하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처방이 누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잘못된 상식이 쌓이면 치료 속도는 늦어지고 약효는 떨어진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5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항생제가 세균 감염 치료제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비율은 22.6%였다. 반면,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72.0%였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이 대부분이지만 많은 국민이 항생제 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흐름이 이어진다. 이 같은 오해는 항생제를 감기 진료의 필수 요소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처방을 요구하게 만드는 주요 배경으로 지적된다.


약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도 부족했다.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은 24.9%였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5%였다. 항생제인지도 모르고 복용하거나 남은 약을 다시 먹는 행동은 세균이 항생제에 반복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고 내성 획득을 더 빠르게 만든다.


처방 없이 항생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6.0%였다. 의료진 판단 없이 스스로 약을 선택하면 세균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용량·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내성 위험만 커진다.


증상이 좋아진 뒤 복용을 중단한 경험은 63.4%였다. 항생제는 정해진 기간을 채워야 세균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데 중단하면 남은 세균이 약에 적응해 더 강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감기 증상 완화는 항생제가 아니라 자연 회복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항생제 효과로 착각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항생제를 다시 요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의료현장에서는 감기 환자가 항생제를 기대하며 진료 방향을 흔드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진료 과정에서 감기와 세균 감염을 명확히 구분해 설명하는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 증상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며칠간 경과를 지켜보는 진료 방식이 필요하지만 이를 충분히 안내하지 못하면 환자는 항생제 처방을 기대하게 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항생제를 사용하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있어 감기 상황에서는 항생제보다 경과 확인을 우선하는 원칙이 더 분명히 설명돼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감기 진료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상기도 감염에 대한 처방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래에서 반복되는 감기 환자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필요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권고 기준도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


감기 상황에서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기반 메시지를 의료진과 국민에게 일관되게 전달하는 체계 역시 강화돼야 한다. 오해와 기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정보 전달과 처방 관리가 더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약이 안 듣는 순간’…나는 얼마나 가까워져 있을까 [항생제 내성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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