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두나무-네이버 기자 간담회서 전격 등판
"네이버와 새로운 도전 함께하겠다" 의지 밝혀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27일 네이버 사옥인 1784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두나무
'천재 개발자'이자 '은둔형 경영자'. 베일에 싸여있던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 두나무 창업 이후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가 굳게 닫혀있던 회장실 문을 열고 나온 이유는 명확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세기의 합병'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4년 만의 외출…짙은 남색 정장으로 등장한 송치형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두나무-네이버 공동 기자간담회'에 송 회장이 전격 등장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단상에 올랐다. 이날 송 회장은 노타이 흰 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 목 단추 하나를 푼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고 이번 합병의 배경과 방향성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송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로 불릴 만큼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2021년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에서 환영사를 했으나, UDC 2021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중계로만 진행됐다. 이후에는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고 이번 합병이 갖는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송 회장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배이자 멘토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함께해 힘을 실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양사 C레벨 경영진이 총출동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송 회장에게 쏠렸다. '은둔형 경영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인가?… '합병 정당성' 설득 위해 직접 총대 멨다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두나무-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두나무
송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배경에는 합병의 리더십을 시장에 각인시키려는 의지가 자리한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마무리될 경우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19.5%)가 된다. 그동안 대중 앞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새로 형성될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설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송 회장은 두나무 소액주주 설득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두나무에서는 수년간 '나스닥 단독 상장'을 기대했던 주주들이 적지 않았고 합병 전환에 대한 반발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최대주주가 공식 행사에 나서 합병 시너지와 향후 전략을 설명함으로써 주주 설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송 회장, 합병 이후 사업 방향도 제시…"웹3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 도전"
송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합병 이후 추진할 사업 방향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거래소 단독으로도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이 있었지만, 네이버와의 협력을 선택한 것은 단기적인 체급 확대를 넘어 장기적인 비전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를 보면 거래소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코인베이스나 크라켄은 신용카드를 출시했다"며 "코인베이스의 베이스 체인에는 각종 금융 관련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소셜 관련 서비스까지 올라온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내 일부 대형 쇼핑몰에서는 이미 전체 결제의 약 20%가 글로벌 크립토(가상자산)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거래소를 넘어서 결제,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앞두고 단독보다는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통해 훨씬 더 큰 스케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합쳐서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함께 새로운 도전을 글로벌에서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단순한 자산 거래를 넘어, 웹3 기반의 종합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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