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바이오 열쇠 쥔 '오너 3세' 신유열…수주 확보·적자 탈출로 경영능력 증명해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1.27 14:07  수정 2025.11.27 15:13

신유열·제임스 박 각자 대표 체제 전환

듀얼 사이트 전략, 2027년 송도 캠퍼스 가동

대형 수주 부재 및 계속된 적자 해결은 과제

신유열 신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의 운전대를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직접 잡았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업은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어떤 성과를 남길지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지난 26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전문 경영인 제임스 박 대표와 오너 3세인 신유열 부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신 부사장은 2023년 12월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 롯데의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가 주력한 부분은 바이오 산업의 해외 동향을 파악하고 글로별 네트워크를 쌓는 일이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바이오 USA, 바이오 재팬 등 굵직한 글로벌 바이오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 업계 관계자 및 고객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 현장에 참석한 신 부사장은 “행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중요한 미팅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년 간의 행보가 일종의 경영수업 과정이었다면, 대표이사의 직함을 단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검증 받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은 물론, 수주 경쟁력 확보와 재무적 성과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단계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한국의 송도와 미국의 시러큐스를 잇는 ‘듀얼 사이트’ 전략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리쇼어링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약 1470억원을 투자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을 증설했다. ADC 생산이 가능한 현지 공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러큐스 캠퍼스는 북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에 1공장을 건설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1공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3개의 공장을 지어 송도를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인 ‘메가 플랜트’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 조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재무적 측면에서는 출범 4년차인 올해까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게 신 대표 앞에 놓인 과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2344억원을 기록했으나 1108억원의 영업손실과 897억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미국 시러큐스공장의 ADC 시설 확충, 송도 바이오캠퍼스 착공 등 투자 집행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우선 ‘대형 수주’부터 확보해야 한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실적은 임상 시험용 시료 생산이나 소규모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 미국 소재 바이오 기업 및 영국 오티모 등과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상업용 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글로벌 선발 주자들이 이미 빅파마들의 대형 수주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만의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력하고 있는 ADC 분야 역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CDMO 기업들이 잇달아 관련 투자를 확대,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ADC 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는 지난 4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680억원, 420억원을 투입, 송도 1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그룹의 지원 규모는 2022년부터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신 부사장이 투자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 또한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 오너 3·4세들이 바이오 사업 전면에 등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신 부사장 입장에선 송도 캠퍼스를 차질 없이 완공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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